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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수 읽혀버린 오디션 패턴…시청자는 생각보다‘영악’하다
‘슈퍼스타K4’ 톱7 경연서
심사위원 혹평받은 정준영 합격
대중 정서-팬들 정서 괴리 크면
일반 시청자들 보는 재미 떨어져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인기가 변곡점을 지나 내려오는 시점에 탄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예능의 구세주임은 분명했다. 일반인이 도전해 조금씩 성장하고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은 시청자에게 감정이입하기 좋았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생겼다. 시즌제로 매년 방송되며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초반의 인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인 ‘슈퍼스타K’를 비롯해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등 시즌제를 채택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매년 형식과 체제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하지만 오디션 패턴은 시청자에게 이미 읽혀버렸다. 시청자들이 제작자 위에 올라와 있다. ‘슈퍼스타K4’에서 “이번에는 패자부활전이 없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시청자는 없었다.

우리보다 먼저 오디션 프로그램을 전 국민적인 인기 콘텐츠로 만든 영국도 비슷한 과정을 먼저 밟고 있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 등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처음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다가 이내 식상해지면서 예전만큼의 인기를 얻지 못하자 시즌제를 중단했다. 그리고 2~3년이 지난 후 방송사들이 새로운 스타일로 오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의 큰 딜레마는 시청자가 바라보는 정서와 문자투표의 정서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4’ 톱7 경연에서 음이탈까지 난 ‘꽃미남’ 정준영은 합격하고, 심사위원의 좋은 평가를 받았던 허니지가 탈락한 게 좋은 예다. ‘나는 가수다’에서도 청중평가단이 그런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심사위원의 혹평을 받은 정준영을 합격시켜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는 ‘슈스케’가 누구나 좋아할 만한 구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 위주로 가는 팬덤 중심 콘텐츠가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중 정서와 팬 정서의 괴리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평가 비중(30%)보다 시청자의 비중(70%)을 훨씬 더 높인 것 자체가 특정한 권력자 한두 명이 아닌 대중의 힘을 믿는다는 ‘국민 오디션’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생방송 무대에서는 심사위원이 선택해도 대중이 거부하면 합격하기 힘들다. 허각과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등도 모두 이 방식을 통해 발굴됐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정서와 팬들의 정서가 너무 차이가 커지면 일반 시청자들은 시청하는 재미와 긴장감이 반감된다.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압도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출연자를 계속 확보하면 된다. ‘위대한 탄생3’ 첫 방송에서 영혼을 담은 듯한 목소리로 듣는 사람을 매료시킨 한동근은 앞으로 생방송 무대에서 심사위원이건 시청자들의 문자투표건 상관없이 고득점을 얻을 참가자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순수 보석들이 계속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여기에 오디션 예능의 고민이 있다. 오디션 예능의 존폐를 결정 짓는 건 흥행성, 다시 말해 시청률이다. 따라서 제작진은 대중성과 오디션 본래의 의미 사이에서 영민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흥행력을 갖춘 참가자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자구책을 만들었다. 생방송 기간 동안 탈락자를 구제할 수 있는 ‘슈퍼 세이브’ 제도다. 이 제도는 일종의 ‘반칙’이므로 한 차례만 허용된다. ‘슈스케4’는 정준영, 로이킴, 유승우의 화제와 홍대광의 스토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정준영은 심사위원과 문자투표 합산에서 탈락한 후 심사위원의 ‘슈퍼세이브’로 기사회생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노래를 잘 못 부른 정준영을 합격시키고 딕펑스와 허니지를 탈락시킨 후 심사위원들의 ‘슈퍼세이브’로 딕펑스가 살아나자 정준영이 노래를 잘 부른 허니지를 밀어내버린 모양새가 돼 개운치 않은 맛을 남겼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투표해야 할 것 같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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