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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청사기 기법으로 그린 차규선의 풍경,그리고 매화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분청사기 기법을 응용해 겨울 풍경을 그리는 작가 차규선(44)이 매화그림에 도전했다. 차규선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겨울 풍경 연작과 함께 새로 그린 매화그림 등 20여점을 모아 오는 11월 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송현동의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에 나온 차규선의 매화그림은 어두운 바탕에 흐드러지게 핀 홍매, 또 흰 캔버스에 붉은 꽃잎을 흩날리는 매화 등 강렬하면서도 다양하다. 이들 매화그림은 지난해 여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을 찾았다가 받은 감동에서 비롯됐다.

차규선은 반 고흐의 저 유명한 작품 ‘꽃피는 아몬드 나무’를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았지만 별반 감동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배꽃’ 작품 앞에서 몸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배나무 한그루가 그려진 그림이었어요. 배꽃이 정말 아름다웠죠. 그 그림을 보면서 내가 너무 오랫동안 미학이나 이론같은 것에 매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론 이론 보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됐고, 매화를 그리면서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그릴 수 있을까 고민을 했더랬죠. 이번 그림들은 그같은 고민을 거쳐 나온 것들입니다”

전시에는 신작인 매화 그림과 함께, 분청사기 기법을 적용해 그린 겨울 풍경 시리즈도 나온다. 차규선은 하얀 캔버스에 도자기 흙을 바르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이나 도예 안료를 뿌린 뒤 나무 주걱이나 나뭇가지로 물감을 빠르게 긁어내며 풍경을 그린다.

흙을 바른 후 굳기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불과 2~3시간. 작가는 속도감있는 필치로 캔버스에 눈 덮인 소나무들이 늘어선 풍경은 빚어낸다.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나무 군락은 유년시절 고향 경주에서 보았던 풍경들이다.


경주 출신으로 계명대 미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가 분청사기 기법을 회화에 접목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무렵. 분청사기의 질박하고 자연스런 색채와 문양에 매료돼 눈 쌓인 겨울풍경을 흰색과 흙색만으로 풋풋하게 표현하고 있다. 차규선은 분청사기의 귀얄문, 인화문, 덤벙기법 등은 회화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이를 회화에 확장하는 실험을 거듭 중이다.

차규선의 작품은 재료적인 특성과 기법, 그리고 주제가 한국적인 은은한 서정을 전해준다. 거친 마티에르는 한국의 토담을 연상케 하며, 차분한 색채와 형상은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빚고 그린 조선초 분청사기와 흡사하다.


작가는 "내 작업은 유화 작업과는 다르게 덧그리거나 수정이 힘들다. 바탕의 흙이 마르기 전에 직관이나 감성으로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수묵화를 그릴 때처럼 몰아적인 상태가 되곤 한다"며 "분청사기 기법을 시작한지 10년이 넘다보니 이제는 구상했던대로 그리는 단계를 벗어나, 그리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예술적 감흥을 살리는 즉발성이 발휘되곤 한다"고 했다.

이어 "내 그림을 보고 자연의 경외감과 소나무의 상서로움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의미와 함께, 형상화된 이미지들이 주는 아름다움과 완결성을 느껴주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02)730-781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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