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에는 멋있게 등장한 캐릭터였다. ‘박재길’은 극 중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귀하게 자랐지만, 워낙에 착한 심성 때문에 악덕 기업의 아버지와 연을 끊고 아버지의 사업을 물러받은 형과도 대화를 단절한 채 가난하지만 따뜻하게 살아가는 진짜 착한 남자이다. 그러면서도 밝은 캐릭터다.
키가 너무 커 ‘초코(이유비 분)’와의 커플연기 구도가 아담하게 잡히지 않는 단점이 있었지만 외롭고 상처 많은 초코를 다독일 수 있는 남자였다. 또 사랑과 집착, 고통과 연민으로 두 여자와 힘겨운 일들을 벌여나가고 있는 절친 강마루(송중기)를 버티게 하는 활력소 역할을 하는 순수남이기도 했다.
그랬던 이광수가 어느샌가 초코와 함께 ‘집지키는 남자'로 변하더니 이제는 강마루가 집으로 돌아와도 집에도 없는 존재가 됐다. 박재길은 새 직장을 찾아 다니고 있지만, 드라마내내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우울하고 어두운 정서에 박재길(과 초코)이라는 캐릭터를 튀지 않게 잘 집어넣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미미한 방송 분량은 존재의미 자체를 부정당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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