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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청년 토플러, 용접공 된 까닭은
‘미래 쇼크’ ‘제3 물결’ 등의 저서로 세계적 석학의 반열에 오른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 ‘누구를 위한 미래인가(김원호 옮김/청림출판)’는 1983년 토플러와 미국의 출판사 ‘사우스엔드프레스’와의 인터뷰를 엮은 대담집이다.

미래 예측에 대한 논의들을 되짚어보고 확장해 나가는 한편으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토플러 철학의 형성과정을 되돌아보는 개인사 부분이다. 알려진 바대로 그의 학문적 바탕에는 노동현장의 체험이 짙게 깔려있다. 그는 미국 뉴욕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5년간 주물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는 등 ‘블루칼라’의 삶을 살아온 남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그가 “공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진짜 어른이 되는 길, 진짜 세상을 경험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존 스타인벡처럼 포도 농사를 짓거나 잭 런던처럼 거친 바다의 선원이 되는 등 문학청년으로서의 낭만적 꿈이 노동의 세계로 뛰어들도록 충동질했다고 고백한다.

또 한때 마르크스에 심취했던 정치적 행동가로서의 면모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가 그의 삶을 완전히 지배할 순 없었다. 저자는 푸른색 작업복에 담긴 ‘순수한 인간성’이나 ‘영광스러운 프롤레타리아의식’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편협한 계급의식에 사로잡힌 좌파 지식인들의 무지와 오만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 반대로 현장에서 경영자들의 무능력과 위선을 목격하고 “노동자들은 책임지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글을 써대는 지식인들 역시 혐오하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마르크스에 깊은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끝내 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하게 된 배경, 미래학에 대한 오해와 해명 그리고 자신만의 학문적 방법론에 대한 대화들이 흥미롭다. 30년의 세월이 흘러 소개된 책이지만 깊이 있는 통찰과 분석력, 미래를 보는 혜안만큼은 여전히 날카롭게 번뜩인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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