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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오디션, 취업보다 더 처절하다
40명 뽑는데 2000명 지원… 오디션 기간만 7개월간 10차례…
‘아이다’ ‘레미제라블’ 등
노래·연기·면접…테스트 수차례
실력은 물론 작품과 조화도 중요
“단역 따내기도 치열한 전쟁”


장기 불황과 취업난 때문에 어디든 취업문을 통과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뮤지컬 오디션 현장의 배우 캐스팅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

뮤지컬 ‘아이다’는 지난 시즌 주요 배역과 앙상블 26명을 뽑는 데에 지원자가 1400명이나 몰렸다. 54대 1의 경쟁률이다. 지난 2월 있었던 이번 시즌 오디션에서도 30여명의 배우가 1000여명이 넘는 경쟁자 속에서 살아남아 오는 12월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그들만의 꿈을 펼칠 무대를 갖는다.

다음달 3일 경기도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막이 오르는 뮤지컬 ‘레미제라블’도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40여명의 배우를 선발했다. 오디션 기간만 7개월, 2000여명의 지원자가 지원했고 50대 1이란 경쟁률을 뚫고 ‘레미제라블’ 한국어 초연의 영광을 차지했다.

배우들은 자신이 원하는 배역을 따내기 위해 수차례의 경쟁과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구직자들이 기업의 말단사원이 되기까지 지원서를 제출하고 시험과 적성평가, 까다로운 면접을 거치는 것처럼 오디션도 여러 단계를 거친다.
 
뮤지컬 오디션 현장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취업 보다도 어쩌면 더 처절하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외국인 연출가 키스 배튼이 참여한 ‘아이다’와 캐머런 매킨토시를 비롯한 원작 연출팀이 참가한 ‘레미제라블’은 연출자가 원할 때까지 여러 차례 배우들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다’의 경우에도 평균 5차에 이르는 오디션을 실시했다. 지원서를 접수받고 1차엔 자유곡, 2차 지정곡, 3차엔 연기, 4차엔 추가로 지원자를 불러 다면적으로 평가하는 식이다. 10개월이란 공연을 배우 1명이 원캐스트로 진행해야 하는 ‘레미제라블’은 신중한 배우 선정을 위해 많게는 10차에 이르는 오디션을 거쳐 정성화, 조정은, 신예 이지수 등을 선발했다.

수많은 기업에 지원서를 넣으며 항목에도 맞지 않는 복사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성의 없는 구직자들처럼 뮤지컬 오디션 지원자 중에서도 간혹 엉뚱한 지원자들이 있다. 오디션을 진행한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한 남자 지원자가 오디션 접수서류에 여자 배역에 표시해 지원하는 등 작품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묻지 마 지원’ 사례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제작자는 배우 선택에 있어 작품의 흥행과 연관이 높은 평판이나 인지도에 신경 쓰지만 외국인 프로듀서들은 배우의 실력과 작품의 어울림을 더 고려하게 된다.

‘아이다’에서 암네리스 역을 맡게 된 안시하는 의외의 행운을 얻은 사례다. 오디션에 참가하는 배우의 상대역으로 그저 대사를 읽어주기 위해 현장에 참여했던 그는 연출가 키스 배튼과 박명성 대표의 요청으로 단 30분 동안 노래 연습을 한 뒤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해 암네리스 역을 따냈다. ‘레미제라블’의 이지수는 수차례의 추가 오디션을 통해 발굴된 유일한 코제트다. 수능을 치른 후 합격 발표가 나기도 전에 오디션에 지원했던 그는 한 토크쇼에서 ‘뮤지컬에 미친 누나’로 출연하기도 했으며 ‘레미제라블’이 첫 데뷔작이다.

뮤지컬 ‘아이다’의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대표는 자신의 에세이를 통해 “치열한 경쟁이란 말로는 부족하다”며 “배우들은 자기가 원하는 배역을 따내기 위해 처절한 전쟁 같은 오디션을 거쳤다”고 표현했다. 구직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재능을 펼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처럼 뮤지컬 배우들 역시 전쟁터와 같은 무대에서 아이다, 장발장, 라다메스, 코제트뿐만 아니라 대사 하나만 가지고 구르고 뛰는 단역 앙상블이 되기 위해 수많은 벽을 넘어야 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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