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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네킨 대신 ‘점장님’ 보세요… ‘비즈니스 캐주얼’ 잘 입는법

[헤럴드경제=박동미 기자]그루밍족(가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비즈니스 캐주얼이 회사마다 보편화 되었어도 ‘멋남’의 길은 쉽지 않다. ‘멋남’은 선택을 거듭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떤 옷을 입을까, 어디서 쇼핑을 할까. 그러니, ‘그 옷이 다 그 옷’ 이라며 패션과 쇼핑에 대한 고민을 거부하게 되는 것. 오랫동안 아내의 취향이 본인의 취향(이런 경우는 그나마 양호하다)이고, 바지 통이 좁으면 ‘민망하다’며 손사레 치던 남성들에게 ‘옷 고르는 즐거움’을 알려 주기 위해 열심히 ‘입는’ 남성들이 있다. 모델도 아니고, 디자이너도 아니지만 남다른 감각과 연출력을 겸비한 브랜드 매니저들이다. 옷을 잘 입으려면 매장 마네킹보다 이들의 차림을 살펴보는 게 현실적이다. ‘멋남’에 ‘훈남’으로 소문난 ‘점장님’들을 만났다. ‘비즈니스 캐주얼’ 잘 입는 비법을 들어보자. 


#1. 넥타이 없으면 왠지 느슨해지는 복장…컬러로 긴장시킨다=4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은 스타일과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윤재우 점장은 올 가을 비즈니스 캐주얼 의상으로 검정 바지와 짙은 회색 재킷의 콤비를 선보였다.

흔히 캐주얼이라고 하면 경쾌한 밝은색부터 떠올리는데, 그는 ‘일하는 남자’를 위한 긴장감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자칫 느슨하고 편안해지기 쉽잖아요. 검정과 회색은 아이템에 관계없이 컬러만으로 긴장도를 높여 주죠. 넥타이가 없어도 격식을 갖춘 느낌이 듭니다.”

소품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윤 점장은 어두운 색 옷차림에 은근하게 빛을 발하는 메탈소재 시계를 착용했다. 마무리는 계절감이 살아있는 머플러와 검은색 가죽 가방. 발목이 살짝 드러날 정도로 밑단이 짧은 바지와 맨발에도 윤 점장의 옷차림이 ‘막’입은 듯하지 않은 이유.

“비즈니스 캐주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킷인 것 같아요. 고객들도 가장 많이 찾는 아이템이고요. 최근엔 컬러보다 문양에 신경을 많이 쓰세요. 체크가 인기인데, 이때 너무 티나는 굵은 무늬가 아니라 ‘버드 아이’ 라고 해서 가까이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잔체크가 훨씬 세련돼 보여요. 멀리서 봤을 땐 단색에 가깝죠.”

또, 바지는 여전히 몸에 달라붙는 통이 좁은 디자인이 대세라고.

“요즘엔 40~50대 고객들도 통 넓고 밑단이 너무 긴 바지는 안 찾아요. 재킷도 제가 봐도 ‘센’ 거 고르세요. 남성들도 옷 보는 눈, 취향이 생겨났다는 의미죠.”

‘멋내는 남성’이 늘어난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브랜드 점장(매니저)은 한해 한해 고객들 성향이나 취향이 변하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체감하는 자리다.

“고객 중에 50대 독신 남성이 있는데,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패션에 투자해요. 또, 마네킹에 장식한 부토니에(재킷 왼쪽 단춧구멍에 꽂는 작은 액세서리), 팔찌 등을 팔라고 하시는 분도 많죠. 관심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올 가을 남성 패션 경향=화이트 컬러.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화이트 윈터’ 라고 흰색이 인기다. 국내서도 곧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유행에 민감해지려고 자주 가는 곳=백화점보다는 신사동 가로수길의 편집숍이나 청담동 등을 자주 둘러보는 편이다.

▶옷 외에 신경쓰는 부분=날씬한 몸. 10년째 달리기를 하고 있으며, 음식 조절도 습관화돼 있다. (윤재우 ‘일 꼬르소 델 마에스트로’ 롯데 잠실점 점장ㆍ44세ㆍ경력 15년)


#2 특별한 날을 위한 특별한 옷…이게 진짜 ‘비즈니스 캐주얼’=흰 바지에 연미복 스타일의 갈색 재킷. 숫자 7이 크게 박힌 넥타이. 비즈니스 캐주얼인데 너무 튀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안 입을 것 같죠? 이거 입은 남성들, 의외로 꽤 많습니다,하하.” 하고 웃는다.

반하트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클래식 슈트가 주력제품이다.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 알바자 리노와 협업해 현지 공수제품 등 대부분이 고가다. 그럼에도 주 고객층은 30대라는 게 나도환 점장의 증언.

“30대 중반 고객이 많아요. 아무래도 전문직이 많아요. 오늘 제가 입은 건 기성복이 아니라 지난 봄ㆍ여름 서울패션위크 때 선보인 컬렉션 의상이예요. 모임이 많은 금요일밤에 입을 수 있어요. ‘파티’도 즐기고 격식도 차리고, 멋지죠?”

요즘엔 ‘평범하고 무난한’ 기본 슈트를 보여 달라고 하는 고객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대부분 더블 슈트나 화사한 색상의 재킷이나 코트를 많이 찾는다고.

“남들 시선을 의식해서 ‘무난’한 걸 고집하던 풍토는 거의 사라져가요. 좋은 옷을 입으면 자신감도 높아지잖아요. 자신만의 비즈니스 캐주얼 룩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맨 넥타이는 이탈리아의 유명 스타일리스트 리노의 트레이드마크예요. 유럽에선 이 숫자 ‘7’ 모양만 봐도 리노를 떠올리죠.”

나 점장은 검정, 회색 양복만을 벗어나면 너무 쉽게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불렀던 국내 남성들이 조금 더 자신감 갖기를 바란다.

“틀에 박힌 검은색 정장을 벗어난 건 좋은데, 어느새 비즈니스 캐주얼도 틀에 박혀 버린 지 몇년이에요. 올 가을엔 와이셔츠 대신에 좀 더 가벼운 옥스포드 셔츠, 그리고 체크 무늬 재킷으로 경쾌하게 변신해 보세요.”

▶올 가을 남성 패션 핵심=최근의 슬림핏을 벗어나 보다 여유롭고 넉넉한 품의 클래식 스타일.

▶유행에 민감해지려고 자주 가는 곳=고급 슈트 매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자주 찾는 곳은 젊은이들이 북적거리는 의류매장. 홀리스터, 클럽 모나코 등.

▶옷 외에 신경쓰는 부분=피부관리. 수염도 예쁘게 기르려고 하는 편이고, 팔찌 등 액세서리도 좋아한다. (나도환 ‘반하트 디 알바자’ 신세계 영등포점 점장ㆍ32세ㆍ경력 9년)


#3 무난한 복장 속 밀리터리 넥타이…‘원 포인트’로 승부한다=“그냥 보면 알죠.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 ‘그루밍족’인지 아닌지. 요즘 정말 늘었어요. 촌스러운 손님이 한 분도 안 계시는 것 같아요.”

최길호 점장은 가장 무난하고 평범한 듯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등장했다. 헌데 이게 내공이다.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없다. 바지 밑단을 복숭아뼈가 살짝 보이게 재단하는 게 ‘대세’라는데 최 점장은 대충 접어 올렸다. 그래도 멋졌다.

“바지 자체가 몸에 달라 붙기 때문에 ‘롤업(접어 올림)’해도 자연스러워요. 품이 넉넉한 바지에선 절대 안 나오는 모양새입니다.”

재킷은 트위드 소재라 고급스럽다. 얼핏, 명품 ‘Z’사 제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이 ‘명품 옷핀’을 달고 나온 이후 남성들 사이에서도 재킷 액세서리가 유행이라고 하는데, 부토니에(왼쪽 가슴에 꽂는 작은 액세서리)보다 큰 사각형 배지가 눈에 띈다. 비즈니스 캐주얼 룩의 단골손님인 행커치프와 함께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체적으로 젊고, 경쾌하고, 무난하다. 30대 남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시도해 볼 만한 옷차림 아닐까 싶었는데 포인트는 넥타이였다.

“흔히, 넥타이를 안 하는 게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여기잖아요. 그런데, 발상을 달리해서 포인트로 삼는 거예요. 군복 무늬 타이입니다. 떨어져서 보면 무난한데, 가까이 와보니 이렇게 개성 넘치는 옷차림이었던 거죠, 하하.”

▶올 가을 남성 패션 핵심=체크 무늬. 과감하고 개성강한 디자인의 청바지.

▶유행에 민감해지려고 자주 가는 곳=동대문. 세상의 모든 디자인이 모여 있다. 한곳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

▶옷 외에 신경쓰는 부분=피부. 그리고 몸이다. 평소 꾸준히 수영을 하고 있다. (최길호 지이크 신세계 인천점 점장ㆍ32세ㆍ경력 9년)
 

pdm@heraldcorp.com 

사진=안훈ㆍ이상섭 기자/rosed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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