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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살인범이다’ 주연 박시후...갓 스물 무작정 상경, 대학로 전단지 돌리는 일부터 시작
“시후야! 네가 큰 마음 써줘 아빠는 고맙게 생각한다. 너의 정성이 너를 많이 행복하게 할 거야.”

“너를 믿는다. 영화대박! 화이팅!”

배우 박시후(34)가 최근 아버지로부터 연이어 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다. 전화 버튼을 누르며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는 박시후는 “평소에 말씀도 없으시고, 문자를 보내시는 일은 정말 드문데 웬일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하다. 환갑을 훌쩍 넘기고(67) 키가 껑충한(186㎝) 노년의 아버지가 작은 휴대폰 창에 시선을 모으고 버튼을 하나씩 누르며 배우 아들에게 응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눈에 선하다. 박시후는 최근 어려운 청소년과 어르신에 써달라며 고향인 충남 부여군에 1600만원을 기탁했고, 모교인 은산중, 부여고에도 장학금을 기부했다. 아버지가 보낸 문자엔 아들에 대한 사랑과 자랑스러움이 그득하다.

아버지의 응원을 듬뿍 받고 있는 박시후의 영화는 첫 출연작인 ‘내가 살인범이다’(개봉 11월 8일)다. 이 영화에서 박시후는 공소시효가 끝난 뒤 자신의 범행을 고백한 책을 내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았다. 


“시나리오가 흥미진진하고, 무엇보다 제가 꿈꾸던 역할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미스터리에 싸인 캐릭터죠. 참회인지 살기인지 모르는 눈빛으로 다른 인물은 물론 관객들조차 함정에 빠뜨리는 존재이지요.”

박시후는 TV드라마에 갓 데뷔한 신인시절부터 인터뷰때마다 “‘프라이멀 피어’ 나 ‘아메리칸 히스토리X’의 에드워드 노튼 같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해왔다. 두 편 모두 에드워드 노튼이 냉혈한의 자아를 가진, 이중적 성향의 인물을 뛰어나게 연기한 작품이다.

영화 포스터에 담긴 박시후의 얼굴은 내면을 짐작할 수 없는, 소름끼치는 웃음을 담고 있다. 차갑고 도회적인 인상은 영화 속 캐릭터와 맞춘 듯 어울린다. 하지만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시후는 말끝마다 웃음을 매다는 유쾌한 청년이었다. “인상이 차갑고 거만해보여 고교 시절엔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고 시비붙은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는 게 박시후의 말이다. 


박시후는 TV드라마에서도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하며 꽃미남스타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짧지 않은 만년 오디션 배우의 무명시절을 겪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철없이 뛰놀던 시골소년이었다. 부모님은 서울에 계시고 박시후는 조부모와 충남 부여 은산 가곡리에서 자랐다. 요즘 세대답지 않게 여름이면 냇가에서 수영하고, 개구리 잡아 놀며 닭서리와 수박서리에 시간가는 줄 몰랐던 시절을 보냈다. 1960~70년대 탤런트이자 인기 광고모델이었던 아버지 박용훈씨는 어린 아들과 함께 즐겨 극장에 다녔고, 박시후는 그때부터 영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다.

“그 놈 잘생긴 게 배우해도 되겠다”는 어른들을 말씀을 근거삼아 박시후는 갓 스무살이 됐을 때 무작정 상경해 대학로로 갔다. 전단지 돌리고 포스터를 붙이는 일부터 시작했다. 1년반 연극 무대에서 보냈고 군 복무 이후엔 광고, 드라마 단역까지 닥치는 대로 하다가 2000년대 중반이 되서야 TV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역전의 여왕’ ‘검사프린세스’ ‘공주의 남자’ 등에 출연하며 최근 3년여간은 일본팬들까지 거느린 스타가 됐다. 2006년 영화주연을 제안받고 촬영까지 들어갔으나 제작이 무산됐다. 2009년 매니저가 “죽이는 캐릭터가 있다, 해머로 살인하는 범인 역할”이라고 전해 기대에 부풀었으나 다음날 “하정우가 됐다더라”는 소식으로 다시 한번 영화출연 희망을 접었다. ‘추격자’였다. 


박시후는 “오디션에 떨어져도 다음엔 더 좋은 기회가 생길 거라는 낙천적인 믿음과 버티면 언젠가 된다는 끈기로 10년을 버텼던 것 같다”며 “한 발씩, 한 계단씩 목표를 이뤄가며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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