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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영화 속 화려한 ‘작전의 신기술’
주식시장에서의 ‘작전’은 주가조작을 뜻한다. 대부분 불법이다. 주가조작의 필요충분조건은 거짓 정보와 창구 및 객장에서의 교묘한 사기성 추천, 단기투자에 목숨 거는 개미투자자, 그리고 설계부터 모금ㆍ매매까지에 이르는 조직적 세력의 구성이다.

금융시장에서의 주가조작은 영화가 심심치 않게 애용하는 소재였다. 할리우드나 한국영화나 결국은 ‘권선징악’으로 끝나지만 극 중 ‘작전’의 양상은 시대에 따라 진화를 거듭해왔다. 실제 금융시장과 주가조작 기법의 첨단화를 반영한 것이다.

‘작전세력’에 의한 조직적인 주가조작의 행태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로는 박용하, 박희순 주연의 2009년 작 ‘작전’을 들 수 있다. 주식투자로 빈털터리가 됐다가 이른바 ‘작전주’를 따라가 ‘대박’을 낸 한 개미투자자가 ‘작전세력’에 납치돼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인 개미투자자 강현수는 작전주인 ‘대산토건’의 주식을 추격매수해 큰 수익을 올린다. 강현수의 뛰어난 능력을 알아챈 작전세력 일당이 그를 데려와 감금시킨 채 주식거래에 투입시킨다. 부실건설사인 대산토건이 수질개선 박테리아 연구를 하고 있는 환경기술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소문을 내는 한편 불법 모금된 투자금으로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이를 되팔아 거액의 수익을 챙긴다는 것이 작전 개요다. 상류층을 대상으로 검은 돈을 모은 자산관리사와 신분 및 계좌, 인터넷 회선을 바꿔가며 동시 대량 매매를 실행하는 트레이더, ‘개미’들에게 투자를 유인하는 증권사 직원, 미디어에 정보를 흘리는 스타 애널리스트 등이 작전세력을 이루는 핵심이다. 

주식에서의 작전은 영화의 소재로도 심심찮게 다뤄진다. 첨단화 기법 뿐만아니라 작전 세력의 심리를 내밀하게 그려내는 것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 사진은 영화 ‘작전’의 한 장면

루머, 부실상장사, 테마주, 통정매매(두 사람 이상이 미리 주식의 가격과 물량을 짜고 매매해서 가격을 올리는 행위) 등 작전의 전형적인 조건과 수법이 잘 드러났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배경으로 한 2010년 작 할리우드 영화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은 ‘공매도’를 통한 작전을 보여준다. 공매도란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이나 채권을 파는 행위다. 즉 지금 가지고 있지 않지만 미래의 일정 시점(3일 내)에 현 시세대로 물건을 넘기겠다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계약시점과 실제 매도시점의 시세차익을 노린 거래다.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에서는 공매도에 루머를 결합시킨다. 주인공인 펀드매니저가 근무하는 증권사의 주식을 적대적인 경쟁자가 공매도하고, 거짓 소문을 퍼뜨린 뒤 주가가 떨어져 수익을 얻게 된다. 이때문에 주인공이 존경하던 회장이 자살을 하고 주인공은 복수에 나선다.

그 때 도움을 청하게 되는 인물이 1987년 작인 ‘월스트리트’ 1편에 나온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다. 게코는 1편에서 내부자거래를 통한 주가조작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주가조작의 기법도 변화시켰다. 공매도를 통한 작전 기법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도 등장한다. 영화 초반부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회사에 대한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것도 공매도로 인한 피해였다.

2000년 작인 할리우드 영화 ‘보일러룸’은 루머와 ‘재료매매’를 통한 전형적인 주가조작을 통해 돈을 번 증권사 직원이 주인공이다. 내부정보를 입수해 주식을 대량 매입한 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서 수익을 올리거나, 고객에게 루머를 흘려서 시세차익을 얻는 기법이 묘사된다. ‘보일러룸’은 주가조작을 가리키는 은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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