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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델료 없어 스스로를 그렸던 반 고흐,그의 자화상을 만난다
푸른 옷에 회색모자를 쓰고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자화상이 최초로 한국 땅을 밟는다. ‘회색 펠트모자를 쓴 자화상’(1887년)이란 타이틀의 이 그림은 반 고흐가 파리에 체류하던 무렵 그렸던 자화상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반 고흐가 파리 체류시기에 그렸던 9점의 자화상이 대거 서울 나들이를 한다. 이들 자화상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대여해온 것으로, 반 고흐의 자화상이 9점이나 전시되는 것은 국내 최초일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처음이다. 한국 전시가 끝나면 작품들은 일본 3개 도시에서 순회전시된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천재화가 반 고흐가 파리에 체류했던 시기를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가 오는 11월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개막된다.


‘불멸의 화가 반 고흐Ⅱ:반 고흐 in 파리’전은 반 고흐의 예술을 전반적으로 살폈던 2007년 전시(무려 82만명이 관람하며 국내 블록버스터 미술전 사상 최대 관람객을 기록했다)에 이어 5년 만에 열리는 후속 전시로, 반 고흐의 파리시기(1886~1888)에 그려졌던 자화상 등 총 60여점의 유화가 내걸린다. 출품작 중 대부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 소장품이다. 반 고흐 미술관은 지난달부터 출입구 등을 바꾸는 대대적인 건물공사에 들어가 내년까지 문을 닫는다. 반 고흐 미술관의 리노베이션은 일본이 나은 유명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을 맡았다.

반 고흐는 그 어떤 화가 못지않게 자화상을 많이 그렸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자화상(유화)만 36점에 이른다. 그 이유는 모델을 쓸 수 없을 만큼 가난했기 때문이다. 불과 2년여의 짧은 파리 체류 시절 반 고흐는 자화상을 27점이나 그렸고, 그 중 이번에 9점이 한국 땅을 밟는 것. 


28세라는 뒤늦은 나이에 화가의 길에 입문한 반 고흐는 고국인 네덜란드를 떠나 파리로 옮겨온 뒤론 고전적인 사실주의 화풍에서 벗어나 툭툭 끊어치는 듯한 역동적인 붓질과 강렬한 보색의 대비로 자신만의 인상주의 화풍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리얼리스트 청년화가는 파리의 아방가르드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급격하게 화풍을 변화시켰다. 전통적인 기법과 새로운 기법을 뒤섞으며 색채와 형상을 탐구하고, 두꺼운 붓질에서 얇은 붓질로 이어간 그의 조형실험은 미술사가들의 눈에조차 놀라운 것이었다.

파리 시기 반 고흐는 작품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끝없은 모색을 거듭하며 단숨에 자신만의 독자적인 양식을 창출해냈다. 19세기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의 하나로 반 고흐가 꼽히게 된 것도 파리 체류시기에 싹이 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남프랑스의 아를르, 생레미로 옮긴 반 고흐는 물오른 필치로 오늘날 세계인들을 사로잡는 걸작들을 신들린 듯 완성했다.

이번 전시에는 파리 로댕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흐의 걸작 인물화 ‘탕귀 영감’도 출품된다. 탕귀 영감은 가난한 화가 반 고흐에게 물감과 캔버스를 대주며 후원했던 화상(畵商)이다. 로댕미술관의 대표적 컬렉션으로 보험평가액이 1억유로(한화 약1450억원)가 넘는 이 그림이 프랑스가 아닌 국외로 반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도 작가가 생전에 즐겨 찾았던 파리의 한 식당을 점묘 형식으로 눈부시게 묘사한 ‘식당 내부 풍경’(1887년, 오텔로의 크뢸러뮐러미술관 소장), 파리 생피에르 광장의 정원을 그린 ‘연인이 있는 정원, 생피에르 광장’(1887년,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등 풍경, 인물화, 정물화가 두루 출품된다. 


반 고흐는 37세의 아까운 나이에 파리 북쪽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작은 방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10년간 총 90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생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전시는 단 한차례도 열지 못했으며, 팔려 나간 그림도 딱 한점이었다. 때문에 그는 일평생 가난과 절망감에 휩싸여 지내야 했다.

마음 속으로 흠모했던 4명의 여성들로부터 죄다 딱지만 맞았다.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반 고흐는 “언젠가 내 그림들이 물감값 이상의 가격에 팔릴 날이 올 것이다”고 예견하며 작업에 매달렸다.

그의 그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화상이었던 동생 테호의 부인(제수)에 의해 거두어져, 하나 둘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또 100년 후인 1990년에는 ‘가쉐 박사의 초상’이 경매에서 8250만달러에 팔리며 당시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전시 커미셔너인 서순주 박사는 “반 고흐는 파리 체류시절 열정적으로 회화 실험을 펼치며 다양한 변화를 모색해 미술사적으로도 파리 시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 작품을 통해 시대를 앞서가는 아방가르드 정신과 천재성, 그리고 치열한 작업의지를 살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내 블록버스터 전시는 유명작가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전시했으나 이번 전시는 특정주제를 갖고 기획됐다는 점이 과거와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 24일까지. 02)1588-216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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