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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色 베르테르가 온다
뮤지컬‘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년간 수정작업 거쳐 재탄생…김다현·성두섭·김재범·전동석 매력 대결
가을은 감수성이 풍부한 낭만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사랑 없이는 외로움과 적막, 쓸쓸함이 가득한 계절이기도 하다. 독일 염세적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쓸쓸함을 느낄, ‘가을을 타는’ 젊은이들에게 풍부한 감성을 전하는 작품이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2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와 가을 젊은이들을 울린다. 국내에선 2000년 처음 뮤지컬로 선보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동안 수차례 뮤지컬로 만들어졌고 올해도 많은 젊은이들의 식어버린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오는 25일부터 12월 6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될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한 젊은이의 좌절을 가볍지 않은 춤, 감상적인 노래와 대사로 꾸몄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뮤지컬 역시 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뜯어보면 원작과는 다른 즐거움을 전하는 뮤지컬이다.

▶인물과 상황을 극으로 재창조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998년 고선웅 작가가 괴테의 원작소설을 각색했고 이 작품을 뮤지컬로 만들었다. 2010년에 이어 올해도 김민정 연출은 2년의 수정작업을 거쳐 작품을 섬세하게 손봤다. 베르테르가 샬로테와의 사랑을 비관하며 자살한다는 전체적인 줄거리는 원작을 따르고 있지만 극을 진행하는 방식, 부각되는 등장인물과 강조되는 상황들은 사뭇 다르다. 괴테의 원작소설은 베르테르가 빌헬름이란 친구에게 쓴 편지가 중심이 된 서간체 소설이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베르테르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줄줄 읽는다면 노래와 춤을 접목시키기 어려워 극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작품은 서간문 형식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배우의 상황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극의 형식을 띤다. 극 중에서 편지를 낭독하는 장면은 단 한 장면. 2막 첫 장 발하임을 떠난 베르테르가 홀로 오두막에서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이다.
 

김민정 연출이 창조한 베르테르는 소설의 베르테르가 가진 유아성을 조금 더 부각시킨 인물이다. 베르테르는 로테의 어린 동생들과 잘 어울릴 줄 아는 사람. 김 연출은 “베르테르는 괴테의 소설 속에서도 아이, 자연에 매혹되고 밀착된 캐릭터”라며 “아이들과의 경계가 없어야 하고 어른만의 법칙과 규율을 가진 사람은 아이들과 같이 놀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로테와 결혼한 알베르트는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 할 지 모르는 인물로 그려 두 사람을 구분하고 있다. 김 연출이 생각하기에 작품에서 유아성은 사랑을 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그는 “아이와 같은 마음은 규범이나 질서를 벗어난 어떤 충동ㆍ욕망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하고, 그래서 사랑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로테 역시 소설에서도 단순한 미인이 아니라 동생을 돌보는 모성애를 간직한 여성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들을 위해 김 연출은 지난 공연에선 없었던 아역배우를 출연시키게 됐다.

생명을 부여받은 등장인물은 이뿐만 아니다. 소설에선 이름 없는 하인을 카인즈란 이름의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카인즈는 신분이란 장벽 때문에 그가 섬기는 여주인을 사랑하지 못한다. 여성적이고 감성적인 베르테르와 달리 강한 면이 있으며 베르테르를 반대로 비추는 거울같은 사람이다.

소설과 상황이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소설에선 베르테르가 로테를 만나기 전, 로테에게 약혼자 알베르트라는 인물이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음악성, 미모, 문학성, 음악성에 빠져든다. 또 2막에서 베르테르가 발하임으로 돌아오기 전 알베르트와 로테가 결혼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데 실제 원작에선 알면서도 로테를 다시 찾는다. 김 연출은 “공연 속에선 베르테르가 돌아오기 전 모른 상태에서 뒤늦게 알면서 고통스러웠다면 소설 속의 인물은 알면서도 온다”며 “소설이 더 위험한 사랑이 아니냐”며 웃으며 말했다.

▶베르테르의 찬란했던 순간, 빛의 모티브=슬픈 결말을 맞는 베르테르에게도 찬란했던 영광의 순간이 있었다. 그 빛의 순간을 빛내는 건 ‘클롭슈토크’다. 클롭슈토크는 독일의 시인으로 소설 속에서 베르테르가 낭송하는 시를 듣고 로테는 ‘클롭슈토크’란 한 마디를 던진다. 베르테르와 로테의 영혼이 맞물리는 접점이자 사랑과 망설임의 미묘한 순간, 그들의 빛의 순간은 로테의 말이 끝나자마자다. 김민정 연출은 소설에선 한 마디로 축약된 그 순간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원작에 없던 클롭슈토크 시의 한 구절을 삽입했다. 이 구절은 2막 마지막에 베르테르가 죽음을 맞이하며 떠올리는 글귀이기도 하다. 김 연출은 “둘을 단단히 묶고 뗄 수 없는 관계로 만드는, 극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해석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원작 소설과 달리 등장인물과 상황, 전개방식 등에 변화를 줬다. 연출가가 생각하는 여러 모티브들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가을의 낭만과 함께 슬픈 사랑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사진은 2010년 공연 당시의 모습.

자석산의 모티브는 둘의 관계를 적절히 묘사하는 데 영감을 준 요소다. 바다에 떠 있는 자석산은 항해하는 배의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것. 온갖 쇠붙이를 자석산에 빼앗긴 배는 산산이 부서져 침몰한다. 마치 자석산은 로테, 산산이 부서지는 배는 베르테르와 같다. 김 연출은 소설에 나오는 자석산의 내용을 확장시켜 무대로 꾸몄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는 무대 위에서 베르테르와 같이 점점 부서져 간다.

▶2010년과 달라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년 전에 비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크게 달라진 부분은 4명의 배우가 베르테르를 연기한다는 점이다. 김다현, 성두섭, 김재범, 전동석이 베르테르 역을 맡았다. 김 연출은 “동석이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광기가 있고, 다현이는 디테일한 표현에 강하고 감수성이 깊지만 유쾌함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두섭이는 순간 몰입도가 강할 뿐 아니라 집중되는 에너지가 있고 재범이는 정제됐지만 뜨거운 감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음악적인 부분도 많이 달라졌다. 새로운 곡들을 추가하고 단일 곡들을 결합하며 복합적으로 변화시켰다. 세션도 14명으로 늘어나며 드럼세트도 들어가 긴장감과 리듬감을 강조하는 부분들도 생겼다.

창작 집단 ‘불과 얼음’이 각색작업을 거쳐 심기일전, 2년 만에 뮤지컬로 선보이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원작소설이 가진 줄거리와 감동을 그대로 전하면서 슬픈 사랑과 찬란했던 베르테르의 순간들을 관객에게 보여줄지, 입소문에 관객이 느는 새로운 베르테르 효과를 기대해본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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