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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눈 앞 승리보다 선수생명 더 소중”
프로야구 넥센 주치의 신상진 교수
시즌 뒤 몸 성한 선수 거의 없어
부상으로 조기 은퇴 안타까워


“눈앞의 승리가 아니라 좋은 선수가 오래 뛸 수 있도록 길게 내다봐야죠.”

프로야구 넥센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신상진<사진> 이대 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국내 프로야구 ‘1호 주치의’다. 지난해부터 넥센과 인연을 맺은 신 교수는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하도록 도운 숨은 공신이다.

신 교수는 사실 MBC청룡 시절부터 이어온 골수 LG팬이다. “어린 시절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MBC청룡의 극적인 승리를 보고 완전히 반했죠.” 그렇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2년간 넥센 주치의를 맡다 보니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다.

신 교수는 정형외과의 길을 선택한 뒤 어깨와 팔꿈치를 중점적으로 파고들면서 운동선수들을 자주 만나게 됐다. 자연스레 스포츠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0년 미국 듀크대 의과대학 스포츠의학연구소에서 3년간 연구원 및 전임의로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의학에 발을 담갔다.

그러나 신 교수가 미국에서 경험한 스포츠의학과 국내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미국에선 프로구단의 주치의라는 것이 최고의 영예로 생각될 정도이고, 의료진이 항상 경기장에 있으며 구급차도 대기하고 있다. 반면 올 시즌 7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한 프로야구조차 주치의 제도는 넥센이 처음일 정도로 열악하다. 


신 교수는 “부상 때문에 조기에 은퇴하는 선수를 볼 때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야구는 반복된 훈련과 시합으로 잔부상이 쌓이면서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큰 부상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신 교수는 “시즌이 끝난 뒤 MRI 등 정밀검사를 해보면 성한 데가 없다”고 했다.

특히 갓 프로에 들어온 선수를 신체검사할 때면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한 신인 선수는 발목 골절상을 입고도 부상 사실을 몰랐다. “발목 외측이었는데, 공에 맞았거나 스트레스 골절인 것 같았다”고 신 교수는 당시를 떠올렸다. 통증이 꽤 심했을 텐데 아무도 몰랐다. 정신력으로 버틴 것이다. “다행히 잘 회복됐으니 망정이지 조금만 더 오래 방치했더라면 뼈가 어긋나 수술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그 선수는 최소한 한 시즌을 날리는 것이다”라고 신 교수는 말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아직 선수 보호나 스포츠의학에 대한 관심이 낮다고 신 교수는 지적했다. 무엇보다 선수 스스로 자기 몸을 책임지고 아끼려는 태도가 중요한데, ‘부상 투혼’이 일반적인 중ㆍ고등학교 선수들에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 교수는 “선수와 감독, 트레이닝 코치, 의료진이 밀접하게 의사를 교환하고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 처음 주치의를 맡고 나선 이지풍 넥센 트레이닝 코치와 자주 마찰을 일으켰다고 털어놓았다. 서로의 고유 영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이제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신 교수는 다음 시즌에도 변함 없이 넥센을 응원할 계획이다. 신 교수는 “잠시나마 1위 맛을 본 넥센은 이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울 때”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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