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오원배,현대사회속 인간의 실존적 몸짓을 그리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사회 속 인간’을 그리는 작가 오원배(동국대 미대 교수)가 서울 종로구 사간동의 금호미술관(관장 박강자)에서 초대전을 연다. 오원배는 ‘회화적 몸의 언어’라는 타이틀로 오는 18일부터 11월11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그에게 화두는 인간이다. 그 인간은 대체로 어둡고, 일그러진 형상을 띄고 있다. 매끈함과는 거리가 먼, 거칠고 투박한 인간들은 너른 화폭에서 절규하듯 몸부림치며 극적인 움직임을 드러낸다. 그런데 그 몸부림은 어둠과 갈등을 넘어 고뇌를 감내한 이 시대 우리의 ‘토종적 짜라투스트라’로, 강인한 생명력을 발현(미술평론가 정영목 評)한다. 


이번 전시에서 오원배는 인간 몸의 형상화에 집중했다. 과거 하나의 단순한 표상이었던 인간의 육체를, 근래에는 ‘정신성을 품고 있는 실존의 집결체’로 보고 이의 회화적 표현에 힘을 쏟았다.

오원배는 묻는다. 현대인의 삶에 있어 몸이란 무엇인가. 기대와 절망, 생성과 소멸이 공존하는 몸의 본질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고. 그같은 성찰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란 존재는 나의 몸에 머물다 속절없이 사라지는 허무의 존재이자, 지구 위 유일한 생명체로 만물의 영장임을 역동적인 몸짓으로 형상화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그림들은 압도적으로 크다. 대부분 가로 4m에 가까운 대작이다. 캔버스 2개를 덧대 하나로 만든 700~1000호짜리 그림도 여러 점이다. 작가는 “대형작업을 해야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1980년대 프랑스 유학시절 강렬한 대작들을 워낙 많이 접한 데다, 대학강단에서 제자들을 가리키는 선생이니 잘 팔리는 장식적인 작품보다 역동적이며 의미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소명의식도 작용했다. 캔버스가 워낙 큰 탓에 그려진 인물들은 실제 인간의 세배 크기에 이른다.


어두운 배경 속 인물들은 어딘가를 향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인물의 동작은 크고 역동적이지만 방향성은 없어 뵌다. 초점 없이 흐릿한 눈과 어두운 공간을 더듬듯 짚어나가는 모습은 때론 유령같다. 표정 또한 무덤덤하다. 온몸의 신경세포를 곤두세워 주변상황을 파악하고, 출구를 찾는데 몰두하고 있다.

또 앙리 마티스의 걸작 ‘dance’처럼 거의 벌거벗은채 무념무상의 상태로 춤을 추는 남성들도 있다. 마티스의 그림과 다른 것이 있다면 검은 무중력 공간에서 춤추는 듯하다는 점이다. 보다 장중하고, 간절한 움직임인 셈이다.


그의 신작은 극적 제스처를 취한 인물들 뒤편으로 모호하고 입체적인 건물과 공간이 등장한다. 미로처럼 얼킨 육중한 철골 속에 몸이 끼어 꼼짝달싹 못하는 인간군상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대형 정미소처럼 보이는 공장 내부를 상세히 묘사한 그림도 여럿이다. 그런데 오원배의 공간은 역동적인 산업현장 같기는 한데 웬지 폐허처럼 을씨년스럽다. 낡은 기계공장의 천정, 투박한 교각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20-30년 전 우리 사회의 구조물이다.


그간의 오원배의 그림 속 배경이 주로 추상적인 공간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밀한 기계식 공장이 등장한다. 그것도 육중한 기계설비가 아주 빽빽하게 들어찬 공간이다.

“우연히 인천의 한 공장을 찾았는데 그 분위기와 공간 분할에 매료됐다”고 했다. 기기묘묘한 철골구조와 거대한 벨트, 구동기계가 얽힌 공간과 그 속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역동적 몸짓은 묘한 대비를 이루며 어두운 영화의 미장센처럼 강렬하고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매일 일기 쓰듯 그린 드로잉 200여점도 함께 전시한다. (02)720-5114. 사진 금호미술관 제공

/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