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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황해창> 월드스타 싸이, 조급할 건 없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싸이 세상이다. 초음속 상황이긴하나 조급증이 문제다. 너무 서두르다 놓친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뜰수록 겸손하고, 의리와 우정도 챙겨야 한다. 부담이 적지 않겠지만 그래야 싸이다운 싸이다.


나더러 좋아하는 가수 세 명만 말하라면 김장훈과 싸이, 그리고 이승철이다. 적어도 7, 8년 전부터 줄곧 그랬다. 김장훈의 경우는 탁월한 무대장악력에 의협심까지 갖춘 데다 기부천사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고, 싸이는 별난 이름(싸이코)에다 나대는 게 결코 막춤이 아니란 사실을 알면서부터 천재적 자질과 열정이 맘에 들었다. 노래솜씨로 따지면 선호도는 달라지겠지만.

특히 싸이가 두 번째 군대를 제대하고 김장훈의 무대에 합류해 펼친 콤비플레이는 열정과 우정이 무엇인지를 대변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음악적 지식을 갖췄거나 그들의 1, 2등급 팬 축에라도 드느냐면 한마디로 턱도 없는 소리다. 오로지 내 멋대로의 판단일 뿐이다.

어쨌든 그런 두 사람이 며칠간 극심한 불화설에 휩싸이더니 마침내 눈물의 화해를 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반갑다. 싸이가 서울광장에서 수만 군중 앞에 열광의 흠뻑쑈를 연출하던 그날(4일) 저녁, 김장훈 쪽에서는 음주음독 소동이 벌어졌다면 예삿일은 아니다. 속속들이는 알지 못하지만 아는 것만이라도 지금은 덮어두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다. 결국 다 털기로 하고 먼저 손을 내민 김장훈에게 새삼 대인배의 면모를 느껴본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싸이 세상이다. 그 앞에는 남녀노소가 없다. 특유의 넉살 좋은 말춤에 중독성 넘치는 ‘강남 스타일’ 한 방으로 세계 전역이 몇 달째 들썩인다. 이런 예는 매우 드물다. 빌보드 차트 1위에 못 오르면 어떤가. 그야말로 반짝 1주일 스타,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보다 지금 이대로 분위기라면 더할 나위 없다. 세계 굴지의 기획사나 방송사가 손짓하고 세계 유수의 언론매체와 전문기관들이 싸이의 경제효과를 셈하느라 분주하다. 만약에 북쪽 ‘그 누군가’가 말춤을 췄다는 소식이라도 들리는 날엔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무대에서 소주 한 번 들이켜자 수십억 모델료가 따라붙고, 라면을 포함해 먹고 즐기는 업종들이 앞다퉈 허리를 꺾는다. 이뿐이랴. 비행기든 자동차든 원하면 공짜 선물까지 챙기게 생겼다. 맘만 먹으면 싸이판도 접수할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싸이는 12일 한 TV 방송에서 “이제 겸손하기 힘들다”고 실토했다. 그럴 만하다. 국제 가수에다 싸이월드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다르다. 우선 곧 닥칠 공허함이 워낙 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제 개인 싸이가 아니다. 노랫말대로 갈 데까지 가려면 ‘강남…’에 이을 뭔가 있어야 한다. 혼자 버거우면 이제는 거꾸로 김장훈에게 힘을 청해봄직도 하다. 싸이돌(싸이+아이돌)이든 싸이키즈(싸이+키즈)든 뒤를 잇게 하는 것은 열렬한 성원에 대한 보답 중의 하나다. 그래야 싸이다운 싸이다.

초음속 상황이긴 하나 조급증도 문제다. 너무 서두르다 놓친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뜰수록 겸손하고, 특히 의리와 우정도 챙겨야 한다. 인디언들이 마구 말을 달리다 갑자기 멈춰서는 것은, 너무 빨리 달려 미처 따라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기 위해서란다. 잘 새겨들었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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