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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조현옥> 절망범죄시대, 안전망구축이 먼저
이제 여성과 아동들이 주 피해자가 되는 절망범죄는 강력한 처벌 대책을 넘어, 그들의 분노와 절망이 무엇으로부터 야기됐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요즘은 뉴스 보기가 겁날 정도로 여성,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이나 살인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한다. 추석을 너무 외롭게 지내서, 또는 가족들이 나만 무시하는 것 같아서 밖에 나와 남들을 해치는 일명 ‘묻지마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피해자는 대부분 힘이 약한 여성이나 어린이다. 이런 범죄는 빈곤으로 말미암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인생의 퇴로가 없다는 ‘절망’에서 범죄가 비롯된다는 의미에서 ‘절망범죄’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 사회처럼 살기 빡빡한 사회가 또 있을까. 공동체는 해체되고 자칫 잘못하면 사회 밖으로 내쳐진다는 불안감, 누군가를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압박감이 많은 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이들은 잔혹하고 극단적인 범죄로 사회를 향해 자신을 내던지고, 이 과정에서 가해자들은 자신보다 약한 ‘어린이’와 ‘여성’을 희생물로 삼는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정부와 전문가들은 발 빠르게 다양한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강화와 동시에 성폭력ㆍ아동폭력의 경우 친고죄를 폐지해 제3자도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대부분 필요한 대책들이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 전자발찌 강화, 불심검문 부활 등 가해자 처벌 강화 중심의 방안들은 절망범죄 해결책으로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처벌 중심의 대책이 논의될수록 여성과 아동에 대한 폭력은 ‘그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 문제로만 치부된다. 술을 마셔서, 성욕을 참지 못해서,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포르노를 즐겨봐서 등의 이유가 언론을 타고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이에 대한 방안은 그 가해자가 내뱉은 프레임에 갇혀 재생산될 뿐이다. 시민단체들이 최근 ‘절망범죄’에 대해 논의한 토론회 내용을 봐도 ‘화학적 거세’ ‘방범 강화’ 등의 대책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구축’과 ‘분노와 절망을 막을 수 있는 사회 만들기’에 대한 논의에 치우쳤다.

무엇보다 “여성폭력을 발생시키는 근본 원인에 대해 적극적이지만 별로 센세이션하지 않은 대응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이 솔깃하다. 특별하지 않아 보이지만, 경찰이나 사법종사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모든 공교육 체계 안에 여성 인권에 대한 교육을 정규 교과로 실시하는 것,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여성폭력 예방과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 등이 결국엔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여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여러 교육과 캠페인을 강화해나가고 있으며, 경찰과 손을 잡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개인’ 지원 차원을 넘어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 중이다. 현재 가정폭력ㆍ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여러 정책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아동 보호 대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결국엔 사회안전망 구축과 개개인을 보살피는 마을 만들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성과 아동들이 주 피해자가 되는 절망범죄는 강력한 처벌 대책을 넘어, 그들의 분노와 절망이 무엇으로부터 야기됐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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