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유학1세대’ 구자동 개인전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실재보다 더 사실감 넘치게 표현해온 화가 구자동(44). 그의 8회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전시에 구자동은 뛰어난 표현 능력을 바탕으로 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한 정물화 및 인물화, 풍경화 등 35점의 유화를 출품했다.‘꽃 중의 꽃’으로 불리는 장미를 비롯해 백합, 국화 등을 그린 그의 정물화는 꽃의 생생함은 물론 꽃병에 어린 가느다란 빛줄기까지 놓치지 않아,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 인물 및 풍경 부문에 있어서도 남다른 데생 능력과 붓질로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경남 진주 출신의 구자동은 대구대 서양화과를 거쳐 리얼리즘의 본고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미대에서 5년간 기량을 갈고 닦은 ‘러시아 유학 1세대’ 구상작가다.
구자동의 신작 ‘체리’(116×80㎜). 빛의 굴절이 생생함을 배가시키고 있다. [사진제공=선화랑] |
그는 첨단 영상 작업 등에 밀려 전통적인 구상미술은 다소 진부하게 여기는 미술계 추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대상 자체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데에 힘을 쏟아온 것.
사진도 구현해내기 어려운 디테일을 안정감 있게 표현해온 구자동은 이번 작품전을 기점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야릇한 초현실적 공기가 느껴지는 신작 ‘체리’가 그것. 작가는 구상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정물화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은박지 위에 물기를 머금고 있는 체리 그림을 통해 또 다른 회화 실험을 시도했다. 반짝이는 은박지에 투영된 검붉은 체리와 살짝 구겨진 은박지를 통해 반사되는 빛, 물방울을 뛰어난 묘사력으로 형상화한 이번 신작은 종전 작품보다 한결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은박지와 탐스러운 체리를 자유롭게 표현한 작업에선 꽉 막혔던 작가의 조형 능력이 터져나오듯 발현돼, 싱그런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체리 연작은 보다 개성 있는 ‘구자동식 정물’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번 실험을 통해 정물 작업의 새로운 단초를 얻었다. 앞으로 더욱 자유로운 작업세계를 펼쳐보이겠다”고 밝혔다. (02)734-0458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