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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교수가 좋은 101가지 이유
“교수의 정치 참여는 선택의 문제이며 나무랄 일도 아니다. 다만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당당하게 하라는 것이다. 교수직이 일부 폴리페서들을 위한 보험일 수는 없지 않은가.”


단언컨대 대한민국은 교수들에게는 천국인 게 분명하다. 그 이유를 꼽자면 아마 ‘100가지’는 족히 될 듯싶다. 일단 임용만 되면 65세 정년을 보장받는다. 직장인들이 목숨을 거는 승진도 신경 쓸 게 없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조교수-부교수-교수로 차곡차곡 올라간다. 신입생 정원도 못 채우는 일부 엉터리 대학 말고는 연봉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방학은 왜 그리 긴지….

교수를 이처럼 후하게 대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세상 유혹에 흔들림 없이 학문과 연구에 정진하는 선비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배려다. 또 나라의 동량을 길러내는 데 더 힘써 달라는 당부도 담겨 있다. 그래서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것이다.

물론 현직 교수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펄쩍 뛸지도 모른다. 실제 그럴 만도 하다. 밤을 밝히며 연구에 매진해도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해당 학문의 조류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연구 실적에 대한 부담도 크다. 세계 유수 학술지에 일정 횟수 논문을 게재해야 하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은근한 압박은 보통 스트레스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교수들의 천국’이란 비아냥거림이 들리는 것은 폴리페서들 때문이다. 권력 진출을 넘보거나 적당히 향유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언제든 대학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니 이런 꽃놀이패가 어디에 또 있겠는가. ‘교수가 좋은 101번째’ 이유다.

이번 대선전만 해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캠프에 관여하는 교수들이 얼추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설령 몸을 들이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한 발이라도 걸치려 애쓰는 폴리페서들로 빅3 진영은 연일 북새통이다. 폴리페서를 비판하던 교수가 앞장서 캠프 문을 두드리는 판국이니 교수당(敎授黨)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교수의 정치 참여는 선택의 문제이며 나무랄 일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입법활동을 하고 정부 정책을 입안한다면 정치와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정치판에 나서려면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하고 당당하게 하라는 것이다. 교수직이 일부 폴리페서들을 위한 보험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용납할 수 없는 것은 폴리페서들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 된다는 점이다. 보충 강의를 하면 문제가 없다지만 그런 수업의 질이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정치와 사회가 교수를 필요로 한 시기가 있었다. 전문가가 절대 부족했던 산업화 시절, 그나마 전문성을 가진 교수들을 차출해 국정의 한 부분을 맡긴 것이다. 서강대 교수였던 남덕우 전 총리가 대표적 케이스다. 이들은 자신의 역량을 쏟아부어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권력만을 탐하는 지금의 폴리페서들과는 달랐다.

두말할 것 없이 의회와 정부에 진출하려면 교수직부터 사퇴해야 한다. 마침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니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교수의 정치 참여는 법 이전에 개인의 양심 문제다. 학자와 교수의 본분을 다할 수 없다면 스스로 자리를 내놓는 게 지성인의 당연한 도리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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