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독자가 즐겨 읽는 문학작품 속에서 밥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며 등장인물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는지 저자는 ‘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소담출판사)에서 우리시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들려준다.
기갈 든 삶을 비릿하게 채우며 허기진 배를 달래는 작가 한창훈의 글엔 늘 싱싱한 바닷내가 난다. 항각구라 불리는 엉겅퀴를 삶아 쓴맛을 우려낸 다음 된장에 버무리고 갈치를 넣어 젓국으로 간한 ‘항각구국’은 거문도의 별미지만 이젠 사라져가는 맛이다.
‘꿀꿀이 꽃섬탕’이라는 예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이름을 가진 부대찌개는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의 쓰레기더미에서 건져 올린 것이다. 내다버린 것 속에서 쓸 만한 것을 주워 나날을 이어가는 집들, 황석영은 1970ㆍ80년대 양아치 아이들이 뭘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 세심하게 살폈다. ‘꿀꿀이 꽃섬탕’은 다름 아닌 미군들을 위한 햄ㆍ소시지가 든 시레이션과 한국 병사를 위한 김치가 든 케이레이션이 합쳐진 것이다.
반복되는 식탁의 일상 속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는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아들의 학원비와 과외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엄마를 등장시킨 박범신의 ‘비즈니스’, 세상에서 밥이 가장 무섭다는 김훈, 빵 속에는 해와 강물이 들어 있다는 신현림의 빵 논리까지 18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밥과 삶의 깊은 맛은 풍족하나 허기진 삶의 단면을 드러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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