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숙 배우가 물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이 질문에 “단호하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작품을 한창 연습중이던 때, 그는 스스로에게 대답했다. 그는 누구도 삶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고 성인이나 시인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사에서 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극을 바라보게 됐지만 없어서 밋밋한 것보단 있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에게 ‘아워타운’의 감동은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 같다. 그는 “극이 끝나고 나서도 아련하게 남는 게 있었다”며 “3막에서 무덤 장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죽음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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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아워타운’은 돌아가신 부친을 생각하며 아버지와 대화할 수 있고, 그런 순간의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작품이었다. 서이숙은 “이제 젊은 세대가 아니라 노년의 첫 스타트에 서 있다”며 “흰머리도 생기고 남 얘기 같던 죽음이 차츰 제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며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고 했다.
“심각하진 않지만 인간으로 살면서 한 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어른스럽지 않겠냐”며 그는 웃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