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캠벨 수프캔 차용한 워홀,그 워홀을 또 복제한 페티본


  [헤럴드경제=이영란기자]‘팝아트의 복제’로 현대 미술계에 또다른 화두를 던졌던 리차드 페티본(Richard Pettibone,74). 이 작가의 본격적인 작품전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가나아트갤러리(대표 이옥경)는 페티본의 작품 90여점을 모아 작품전을 열고 있다.

리차드 페티본은 ‘차용예술’(또는 복제예술:Appropriation Art)의 개척자이다. 그는 ‘팝아트의 기수’ 앤디 워홀의 1960년대 작품을 그대로 복제한 작업으로 또 다른 화두를 던졌다. 당대 가장 뜨거웠던 미국의 현대미술을 고스란히 차용한 페티본의 엉뚱한 작업은 그 작품에 내재된 시대적 가치를 되짚어보게 하며 역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흥미로운 사실은 워홀이 캠벨 수프 캔이라든가 브릴로 세탁비누 상자 등을 차용 또는 복제해 예술작업을 한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워홀의 작품을 또다시 ‘재차용과 재복제’함으로써 당대 포스트모더니즘적 성향을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페티본이 워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1962년 워홀의 첫 개인전에서였다. 그는 ‘수프 깡통을 그대로 베낀 저런 것들이 도대체무슨 예술이냐?’고 비난받던 워홀의 작품을 복제(같은 크기가 아니라 아주 작은 사이즈로)하기 시작했다. 그는 ‘차용과 복제’로 인한 작품의 원본성(Originality)에 대해 의구심을 던지는 대신, 오히려 그 지점에서 ‘차용과 복제’가 난무하던 당시 미술계를 향해 원본성의 의미를 반문하기 시작했다. 단, 페티본은 이같은 의문을 비판적으로 표출하기 보다는 이를 유쾌하게 즐겼다. 기존 작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시대의 담론에 대해 서로 비평하고 논의할 기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

그가 숭앙했던 워홀은 유명을 달리 했지만 페티본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차용예술의 의미를 곱씹게 하고 있다. 오히려 워홀 뿐만이 아니라 프랭크 스텔라 등 여러 스타작가들의 대작을 아주 작은 크기로 정밀하게 복제하면서 작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급문화와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지만 결국 또다른 권력이 된 지난 세기 예술가들의 작품을 대폭 축소함으로로써 페티본은 작지만 본래의 진실성을 간직한 자신의 작품에 담긴 개념은 과연 누구의 것인지 되묻고 있다.

한편 가나아트갤러리는 20세기 전세계를 풍미했던 미국 팝아트의 대표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1923-1997)의 수련 작품 10점도 전시 중이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망점과 기하학적 선들로 재해석한 리히텐슈타인의 ’수련’ 연작은 거장의 작품을 자기 식대로 패러디했다는 점에서 페티본의 작업과 비교감상의 묘미를 던져주고 있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사진제공=가나아트. 02-727-1020
yr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