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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G 신탄진공장의 힘…과천 김 국장이 피던 ‘에쎄’ 러시아 나타샤도 물다
-세계 최대 초슬림 담배 제조공장
-KT&G의 수출 전진기지로 ‘에쎄’ 세계 판매 1위 견인차


[신탄진=홍성원 기자]버스 몸집의 4분의 1 정도 크기로 보이는 궐련기 내부로 갈색 가루가 쉴새 없이 쏟아진다. 담뱃잎을 잘게 썬 이른바 ‘각초’다. 앞서 원료 가공 공정에서 KT&G만의 비법(레시피)으로 여러 종(種)의 담뱃잎을 섞고 향이 더해진 뒤 자동으로 전달된 것이다.

이 가루는 곧바로 하얀 종이(궐련지)에 말린다. 속도가 워낙 빨라 육안으로는 정지 상태로 느껴진다. 이후 필터가 끼워지고 눈 깜박할 사이 포장기로 넘겨져 20개비씩 한 갑에 포장된다. 중간 중간 궐련의 무게ㆍ둘레 등의 적정여부가 자동으로 체크돼 불량품은 현장 직원 2~3명이 지체없이 솎아낸다. 모니터에 분당 2800개비, 갑으로는 340갑이 생산되고 있다는 숫자가 뜬다. 시중에서 흔히 접하는 ‘에쎄 순(純)’이 만들어 지는 순간이다.

KT&G 신탄진 공장에서 확인한 ‘에쎄’ 생산 과정엔 스피드와 정교함이 묻어 있었다. 축구장 24개를 합쳐 놓은 크기의 부지(5만168㎡)에 세워진 건물(면적 1만6277㎡)엔 이런 식의 라인(궐련기ㆍ포장기를 합해 1개 라인) 40개가 가동 중이거나 가동 예정이다. 

최근 리뉴얼 돼 출시된 ‘에쎄 스페셜 골드’ 등 6각 패키지를 적용한 제품들

박재민 KT&G 신탄진공장 지원실장은 “우리 공장은 KT&G가 보유하고 있는 3개 공장(신탄진ㆍ영주ㆍ광주) 가운데 가장 크다”며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라고 설명했다.

국내 담배시장에서 부동의 1위(점유율 63% 이상), 세계 5대 담배회사인 KT&G가 신탄진 공장을 세계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아 비상(飛翔)하고 있다. 여기서 만드는 담배 브랜드는 최근 리뉴얼 시판된 ‘에쎄 스페셜 골드’를 비롯해 ‘에쎄’ 시리즈 를 중심으로 한 초슬림 담배 등 내수ㆍ수출용 약 350여종이 있다.

신탄진 공장은 연간 약 342억 개비(2011년 기준)를 생산해 이 가운데 40%를 미국, 중동, 유럽 등 50여개국으로 수출한다. KT&G 전체를 놓고 보면, 작년 해외 판매량은 451억개비(러시아ㆍ터키ㆍ이란 공장 생산 47억개비 포함)로 해외 판매 비중이 46%에 달한다. KT&G는 점차 수출중심형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KT&G 신탄진 공장에서 담배제조 과정을 끝내고 보루 형태로 포장된 ‘에쎄’가 박스 포장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은 신탄진 공장이 세계 최대 초슬림형 담배 제조공장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 여기엔 생산 비중이 87%를 넘어서는 ‘에쎄’에 대한 자부심이 깔려 있다. 지난해 ‘에쎄’로만 210억 개비를 해외에 팔았다. 전세계 초슬림 담배 소비자 3명 가운데 1명이 ‘에쎄’를 피웠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KT&G는 설명했다. ‘얇은 담배’로는 과거 ‘버지니아슬림‘이 유명했지만, 이젠 ‘에쎄’가 대세라는 것이다.

러시아에 공장을 세운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이미 올 상반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 대륙에도 ‘에쎄’를 소개할 계획이다. 유럽 물량의 상당수는 터키 공장에서 공급할 예정이지만, 모자라는 부분은 신탄진에서 댈 것으로 전해졌다.

이원희 KT&G 홍보실 과장은 “러시아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에쎄’를 피우면 멋있어 보인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귀띔했다. 1996년 ‘에쎄’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과천 정부청사의 주요 부처 국장급 이상은 거의 ‘에쎄’를 피워 ‘고급스러움’ 혹은 ‘올드’한 이미지가 국내에 퍼졌지만, 해외에선 ‘엣지있는’ 담배로 인식되는 것이다.

‘에쎄’의 본산인 신탄진 공장은 자체 혁신으로 1위 자리 수성(守城)은 물론 명품화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박재민 지원실장은 “우리 공장의 적출율(불량률)은 0.9%로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최고 수준“이라며 “이는 경쟁사보다 나은 수치로, 그 쪽 인력보다 KT&G 직원들의 교육ㆍ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KT&G 신탄진 공장 현장 직원이 ‘에쎄 순(純)’ 제조 라인에서 모니터를 통해 궐련기를 통과한 제품의 정상 상태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명품화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KT&G는 초슬림담배 시장에서 2위 업체와 격차가 큰 압도적인 1위”라며 “위생적인 환경에서 품질에 이상이 없는 담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명품 공장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가 작년 7월, 전 세계 담배업계 처음으로 생산자 이름을 담뱃갑에 표시하는 ‘품질실명제’를 도입한 것도 명품화 노력의 하나다.

라인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순간에도 기자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엔 수십 종의 담배가 갑으로 포장돼 빠른 속도로 운반되고 있었다. 간간히 중동으과 미국으로 수출될 레귤러(일반 크기) 담배 라인도 눈에 띄었다.

완제품으로 생산돼 박스에 담겨진 담배는 무인로봇에 의해 초대형 자동화 창고에 보관돼 내수ㆍ수출용으로 팔려 나간다. 창고 크기는 최대 40만 상자(1상자는 1만개비)를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권순철 신탄진 공장장은 “‘품질경영’에 매진해 최고 품질의 제품을 전세계 소비자에게 제공함으로써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겠다”고 했다.

/hongi@heraldcorp.com




단위:억개비



구분/2007년/2008년/2009년/2010년/2011년/2012년(예상)

국내수출/373/389/369/394/404/431

해외생산/-/1/13/9/47/69

총판매량/373/390/382/402/4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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