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생후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주인공격인 카밀라 포트만(정희재)은 이 책의 전체를 엮는 끈 역할을 한다. 각각의 인물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큰 흐름으로 하나가 된다.
이야기는 작가가 된 카밀라가 친어머니를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시작된다. 이런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뿌리를 찾아 진남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태어난 곳이 진남이라는 것과 유일한 단서인 사진 한 장을 들고 엄마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카밀라가 진남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친절한듯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냉정함을 내보인다. 자신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조금씩 퍼즐을 맞춰나가던 때 마침내 자기 출생의 충격적 진실을 알게 된다.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심연이 존재한다. 깊고 어둡고 서늘한 심연이다.(중략) 심연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건너갈 수 없다.’며 사람과 사람의 간극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그 심연은 날개 달린 희망으로 건널 수 있을지 모른다는 여운어린 말과 함께 이같이 전한다.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곳곳에서 생기는 궁금증을 모두 해결해주지 않는다. 다만 기억을 따라가는 여정을 통해 ‘소통’의 실마리를 던진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중략)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275쪽
날개가 있기 때문에 하늘을 난다거나 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결국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심연을 건너 타인에게 닿을 수 있는 날개가 있다면 어떤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가?’란 질문에 대한 희망적인 답을 찾는 일련의 과정이다.
책<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촘촘한 구성으로 엮어 읽어 내려가는 데 막힘이 없다. 살아오면서 사람 사이의 좁혀지지 않은 심연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공감이 크지 않을까.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