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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 신율> ‘추석토크’의 주인공 되려는 대선주자들
추석 민심이 대선향방 판가름
각 후보들 승부수 띄우기 고심
인위적 이벤트로 민심 잡기보다
열린 가슴으로 진정성 보여야


추석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 하나의 대목이다. 물론 설날도 정치권의 대목이지만 설날은 대선 직전에 있는 경우가 없어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명절은 추석이 유일하다. 추석이 대선에 대해 갖는 의미가 큰 이유는 여론이 한바탕 뒤섞여 견고하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인구 이동으로 인해 지역간 여론이 공유될 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대화를 통해 세대간에 의견교환 역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치의 지형과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2007년 추석 이후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게 뒤지기 시작해서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2002년에는 정몽준 후보가 추석 직전 출마를 선언해 화제를 몰고 왔고, 그 여파로 한동안 야권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 시점을 추석 전으로 잡은 것도 이런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안 후보만 추석 민심을 잡으려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추석을 의식했을 것이다. 지난 24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추석 밥상에 오르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지금 박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이기 때문에 추석 민심을 잡고 싶은 욕구는 무척 클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가 자신의 역사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고 이것이 곧바로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역사인식으로 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던 일부 중도보수층은 이미 안 후보 지지로 돌아섰거나 부동층에 흡수됐는데 이들이 박 후보가 사과했다고 곧바로 지지로 다시 돌아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역사인식에 대한 언급이 필요했던 것은 이 걸림돌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한다 해도 그 진의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박 후보는 다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 물론 여기에는 또 다른 악재가 터지기도 했다. 바로 김재원 의원의 ‘막말 파문’이다. 대변인 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지만 발언 파문은 앞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도 상식이하 행동이지만, 기자들의 정보보고를 새누리당과 김 의원이 금방 알 수 있었다는 점도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정보보고는 일반인들이 알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일부 언론사에 올라온 정보를 박근혜 캠프에 즉각적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이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언론의 중립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물론 이런 류의 “프락치”는 야권에도 있을 수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어쨌든 박 후보는 걸림돌을 스스로 제거하자마자 또 다른 고민에 휩싸이게 됐다. 그래서 새누리당 측은 추석을 앞둔 시점에 안 후보나 문재인 후보 측의 약점을 거론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됐다. 이를 통해 상대 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을 막고, 불리한 여론을 물타기하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 후보도 추석 민심의 주인공이 되고 싶을 것이다. 지금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하는 등 문 후보의 행보는 집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이고, 정책은 산토끼를 잡으려는 이른바 투 트랙 전략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튀는 이벤트가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문 후보 측도 추석을 앞둔 시점에 정책이든 네거티브든 뭔가 하나는 터뜨려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추석 토크’의 주인공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듯 각 후보들은 추석 민심의 주인공이 되려 한다. 하지만 민심은 억지로 잡으려고 해서 잡히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있듯, 민심을 잡으려 하지 말고 민심을 얻으려 해야 한다. 이런 자세만이 최후의 승리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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