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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첩’ 정겨운 “나는 참 운이 좋은 배우다” (인터뷰)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거기에 여심을 홀리는 특유의 살인 미소까지 모든 게 완벽한 듯한 정겨운이 우직하다 못해 무식한 간첩 우대리로 분했다. 그는 ‘간첩’을 통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부터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 연기까지 소화하며, 성공적인 첫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최근 본지와 마주한 그는 낙천적이고 재치가 넘치면서도 동시에 조용한 면이 공존하는 반전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우 대리 못지않은 느릿느릿한 말투로 기자에게 “앉아 계실 때는 몰랐는데, 서 보니 의외로 키가 크시네요”라며 농을 쳤다. 그만큼 그는 여유로웠고, 평온해보였으며 자신이 걸어갈 ‘길’에 대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이번 영화가 첫 스크린 주연작인 만큼 촬영에 앞서 그는 어마어마한 긴장감을 느꼈다고 했다. 드라마 촬영장과는 판이하게 달랐기에 심적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일단 말이 어색하면 안 되니까 다른 것보다도 사투리에 충실하려고 애썼어요. 뭐 제 말투가 느리다 보니 ‘~유’ 자만 붙여서 연습하면 되더라고요.(웃음) 김명민 형님, 유해진 형님 등 좋은 형님들을 만나서 좋았지만 그 분들 앞에서 대사를 틀리더라고요. 그 때 깨달았죠. 제가 상당히 많이 긴장하고 있다는 걸요.”

그는 이어 데뷔 초 시절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데뷔 초 눈빛 연기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너는 스타가 되고 싶지 않느냐’라는 소리도 들었죠. 그 때 이후로 연기를 할 때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요. 사실 그 때는 스타가 되고 싶은 건지 배우가 되고 싶은 건지 몰랐어요. 그저 좀 더 크게 되길 원했던 것 같아요.(웃음)”

모든 에너지를 이번 작품에서 쏟아낸 그는 망설임 없이 망가졌다. 직접 애드리브까지 짜낸 그는 신들린 듯한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정겨운의 재발견’이라 해도 무방하다.

“죽기 살기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했죠. 특히 거울 앞에서 혼자 말하는 독백 신은 정말 난감했죠. 세 번 걸쳐서 촬영한 장면이었는데, 다 마치니 정적이 흐르는 거에요. 몇 초간 정적이 흐른 후 감독님이 제게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일부러 확인하지 않았어요. 기자 시사회 때 처음으로 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또 닭살 돋네요.(웃음) 이제는 정말 코믹 연기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극중 염정아와 옥신각신한 러브라인을 형성한 정겨운. 그동안 주로 연상의 여배우와 호흡을 맞춘 그였기에 염정아와 호흡 역시 안정적이었고 어색하지 않았다. 우 대리처럼 한 여자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정아 누나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 대리처럼 남파한 후 고정 간첩으로 있으면 한 여자만 좋아하는 성격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충분히 우 대리를 이해하고 연기에 임했죠. 사실 액션신도 있고, 두 사람에 대한 과거신도 있었는데 편집되서 아쉽네요.”

그는 또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김명민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장본인은 김명민이었다. 실제로도 김명민은 촬영장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로도 유명하다.

“명민이 형님이 배우의 자질과 자세를 많이 알려주셨죠. 다음 작품에서도 유용히 사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요. 예를 들면 주인공들은 절대로 현장에서 늦으면 안된다는 것 등이요. 명민이 형님은 매번 30분 일찍 나와 계시더라고요. 그러니 저도 절대 늦을 수 없죠.”

우대리를 비롯한 극중 간첩들은 간첩이라기보다는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서민에 가깝다. 생활고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간첩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실제로도 생활고 때문에 힘들었던 적 있냐고요? 절대 없답니다. 부모님이 항상 먹는 거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거든요.(웃음)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분들이시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어려웠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귀공자’답다. 그는 많은 배우들처럼 긴 무명생활을 거친 적도 없었으며 늦지 않은 나이에 안방극장을 통해 열연을 펼치며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그는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정겨운 스스로도 자신을 운이 좋은 타입이라고 평가했다.

“어떻게 보면 애매한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힘든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빨리 주인공이 된 것도 운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운이 좋은 타입 같아요. 계속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다가 이제 영화판에도 발을 들여놓게 됐고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네요.”

드라마보다는 여유롭게 흘러가는 영화 촬영장이지만, 그렇다고 ‘영화’만을 쫓는 배우가 되지는 않을 생각이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호흡이 빠르니 확실히 영화보다 힘들긴 하죠.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기 힘드니까요. 드라마는 순발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영화만 고집하지는 않을 겁니다. 더 편한 것만 추구하면 게을러지잖아요.(웃음)”

그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이 솔직했다. 가식이 전혀 없는 솔직한 성격 때문에 오히려 치명타를 맞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제가 좀 거두절미하고 용건만 말할 때가 있죠. 설명 없이 극단적인 발언을 할 때도 있고요. 정아 누나와 형님들은 저를 특이하게 보세요.(웃음) 저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두 절미하고 말할 때가 있어서. 극단적인 발언을 할 때 . 설명 없이 정아 누나랑 형님들이 절 특이하게 보신다. 인터뷰를 할 때도 적극 보호하고 계셨고요. 하지만 원래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성격이라서요.”

티 없이 솔직하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꿋꿋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정겨운. 과연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대중들을 놀라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양지원 이슈팀기자/jwon04@ 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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