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화단의 개척자인 고 김환기 화백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1968년 뉴욕에서 빚은 입체작품이 경매에 부쳐진다. 김환기의 파피에 마쉐(종이반죽으로 만든 입체조형물) ‘제기’(47×26.5×22.5cm)는 제삿상에 올리는 전통제기를 현대적으로 형상화한 것. 김환기의 입체작품은 소수만 전해지는 데다, 이번 작품은 뛰어난 예술적 완성도에 채색이 더해져 경합이 예상된다. 추정가는 2억5000만원에서 3억5000만원이다.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대표 이호재ㆍ이학준)은 26일 오후 3시부터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대규모 경매인 ‘9월 옥션쇼’를 펼친다. 이번 옥션쇼는 ▷제125회 메이저 경매 ▷컷팅 엣지 ▷디자인 경매 ▷자동차 경매 등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 중 가장 핵심에 해당되는 메이저 경매에는 김환기ㆍ이중섭ㆍ박수근 등 근현대 작가와 데미안 허스트ㆍ조지 콘도 등 해외작가들의 작품, 조선시대 청화백자 등 고미술품까지 총 136점이 나왔다. 하이라이트 작품인 이중섭의 ‘사내와 아이들’(48.5×31cm,추정가 8억~10억원)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뿍 담긴 그림이다. 또 박수근의 ‘화조도’, 이우환의 ‘점(點)’ 시리즈, 장욱진의 ‘까치’, 오지호의 ‘설경’도 나왔다. 


해외미술 부문에서는 화려한 나비로 어우러진 데미안 허스트의 ‘로미오와 줄리엣’(10억~12억원)이 출품됐다. 큐비즘, 팝아트가 어우러진 조지 콘도(미국)의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5억~6억원·사진)도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 고미술 부문에서는 조선시대 청화백자 6점과 청전 이상범의 ‘사계산수도’, 겸재 정선의 ‘경직도’ 등이 출품됐다.

역량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컷팅 엣지 경매에는 이용백ㆍ홍경택ㆍ이호련 등의 작품 80여점이, 디자인 경매에는 20세기 실용적인 현대디자인 가구와 오디오ㆍ조명 등 45점이 나왔다.

이밖에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2006년ㆍ시작가 1억4000만원), 페라리 612 스카글리에티(2006년ㆍ1억1500만원) 등 호화 슈퍼카 5대도 경매에 부쳐진다. 이들 자동차는 지난 2월 영업정지된 도민저축은행이 보유했던 차량으로, 시작가가 현저히 낮게 책정돼 과연 얼마에 팔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02)395-033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