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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한국인의 얼굴
1890년 일본 중국 등을 여행하고 조선에 도착한 영국인 탐험가이자 화가인 새비지 랜도어는 예민한 감각으로 한국인의 특징을 잡아챈 수십장의 인물삽화를 남겼다. 복색과 풍습이 일차적으로 호기심을 끌었겠지만 그는 형태적 차이를 구별해내는 화가적 안목뿐 아니라 보다 깊은 곳을 볼 줄 아는 밝은 눈을 가졌던 듯싶다.

조선을 두 번이나 방문한 새비지 랜도어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 ’이라는 여행기에서 조선인의 얼굴을 이렇게 기록했다.

“한국인은 중국인과 체격이나 용모가 서로 똑 닮았으며, 만일 중국인을 닮지 않았다면 다른 이웃인 일본인을 닮았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그들은 어느 쪽도 닮지 않았다.” 그는 흥미롭게도 조선을 ‘다민족 혼혈 사회’로 봤다. 북방 몽골리안의 특징에 중앙아시아와 남방계 혈통 등이 섞여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며칠 전 문화재 디지털 복원 전문가인 박진호 카이스트 선임 연구원과 ‘얼굴전문가’로 불리는 조용진 박사가 백제 여인의 얼굴을 복원했다. 능안골 53호분에서 발견된 6세기경 백제 귀족 부인의 파편화된 두개골을 모아 전체 두상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것으로, 달걀형의 긴 얼굴과 밋밋한 이목구비, 가는 눈, 눈 사이의 좁은 간격 등이 새비지 랜도어가 그린 조선의 여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을뿐더러 지금 우리네 얼굴이기도 하다.

한국의 미에 달통한 고(故) 최순우 박사는 외국에 나가 박물관 등에 들러 불상을 만나면 멀찍이서 먼저 감상한 뒤 어느 나라 것인지 짐작한 것을 맞춰보곤 했는데, 우리 불상은 잘생긴 한국인의 얼굴을 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인은 딱 보면 안다는 얘기다. 전형적인 북방계형인 싸이가 그런 것처럼.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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