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쓰시로의 촌장 아들인 히로미는 고교 2학년 모범생으로 록 음악을 좋아한다. 마을에서 주최하는 록 페스티벌에서 이 지역 출신인 모델이자 배우인 유키미를 만난다. 유키미의 등장으로 마을은 술렁거린다. 그만큼 작고도 서로가 서로를 주시하는 마을이다. 몇 일 후 마을의 미즈네 호수에서 다시 만난 유키미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하다. 히로미에게 그녀는 거부할 수 없는 존재였다. 걷잡을 수 없는 격정의 감정을 쏟아낸다.
그런 히로미에게 유키미는 놀라운 이야기를 꺼낸다. 미즈네 호수로 인해 사라진 마을과 그곳에 거주하던 사람들을 이용한 무쓰시로 마을의 비리였다. 그 일에 촌장인 히로미의 아버지 뿐 아니라 집안이 가담했다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강직한 성격의 아버지를 믿었기에 히로미는 부인하면서도 의심을 갖는다. 들어가 봐야 깊이를 알 수 있는 물 속 처럼 소설은 끝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을 불러온다. 유키미의 어머니와 불륜이었던 히로미 아버지의 사연, 중학교 시절 유키미와 사귀었던 히로미의 사촌 미쓰히로 이야기, 마을에 숨겨진 비밀까지 말이다.
사촌인 미쓰히로는 히로미에게 유키미와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하고 문제아로 낙인 찍힌 다쓰야는 유키미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러다 유키미와 함께 있는 히로미를 목격한 다쓰야와 다툼이 벌어진다. 유키미의 실수로 다쓰야가 호수에 빠지는 일이 일어나자, 마을의 유지들과 가족들은 사건을 은폐하는 대신 유키미와 거래를 한다. 모두가 마을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이유로 지난 비리를 묵인하는 것이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믿었던 사촌형도 다르지 않았다.
“지금 네 눈에는 경멸의 대상일지도 몰라. 하지만 몇십 년이 지나 네가 저 사람들처럼 되었다면, 그때 너는 지금의 사고방식을 자연히 잊어버리겠지. 자기를 경멸하는 어린애를 미숙하다고 우습게 여기겠지. 지금 느낀 망설임은 흔적조차 없을 거야. 가치관이라는 건 그런 거야.” p. 369
정말 가치관이란 그런 걸까. 2012년 나오키상 수상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가는 히로미와 그의 주변의 친구들의 엇갈린 관계와 통해 십대들의 감정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지역사회를 둘러싼 음모와 비리를 보여준다. 주인공 히로미의 감성과 이성이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 다수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불행을 강요하는 현실을 고발하며 사회를 지탱하는 정의가 존재하는지 묻는다. 연애소설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잊지 못할 첫 사랑의 기억처럼 날카로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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