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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북어대가리’와 ‘여행’, 같은 공간 다른 생각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상자로만 가득찬 공간, 그리고 그들은 ‘북어대가리’에 무슨 의미를 담은 것일까. 그저 멍청히 바라만 보는 눈, 세상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순종적으로만 살았던 창고지기 자앙을 표현한 것인가, 아니면 미래에 대한 허상을 쫓아 창고를 벗어나려는 기임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23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북어대가리’는 극작가 이강백의 작품. 지난 1993년 초연된 연극을 다시 무대에 올렸다.

상자 속에서 갇혀 사는 창고지기 기임과 자앙은 일상에 갇혀 사는 우리의 두 내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규율에 따라 사는 것이 미덕이며 복잡다난한 세상에서도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살아야한다는 자아와, 부속품처럼 사는 인생속에 어느 정도의 변화와 탈출은 필요하다는 또 다른 자아가 대립하는 것. 하지만 기임의 떠남은 허상, 창고로부터의 탈출은 다른 창고로의 구속일 뿐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를 찾아 결국 헤어지는 두 사람. 훈훈한 마무리 속에 서로 이별을 고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삶에 확신은 없다.

선한 인상, 지나치게 성실한 자앙 역의 박완규와 그와 대립되는 기임 역을 맡은 김은석의 연기는 작품의 주제를 무리 없이 전달하고 있다. 무대 양 옆, 뒤편까지 상자를 끝없이 높게 쌓아올린 것이 꽉 막힌 삶을 표현한 듯한 인상적인 작품이다.
 
연극 ‘북어대가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코르코르디움]

예술의전당이 명품 연극 시리즈 5번째로 준비한 ‘여행’은 지난 2007년 세상을 떠난 극작가 故 윤영선의 작품으로 죽음과 서로 다른 소시민의 삶을 그렸다.가가 실제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썼다는 이 작품은 장례식에 온 친구들의 무박 2일 간의 이야기다. 영화감독 태우, 모피회사 사장 만식, 택시기사 양훈, 신발가게 사장 상수, 한동안 보이지 않던 기택 등이 친구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한 공간에 모였다.

초등학교 시절 한때 친구였지만 서로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중년이 되어 만났다. 겉으론 화기애애했지만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차이, 자기 식으로 왜곡된 기억들은 급기야 그들을 불화로 내몬다.

극단 백수광부 대표 이성열이 연출하며 영화감독 태우는 장성익이, 기택은 이해성, 양훈은 박수영 등이 역할을 맡았다.

예술의전당 명품연극시리즈 ‘여행’ 포스터.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은 작품성을 인정받은 연극을 재공연하고 장기공연을 지원하기 위해 명품연극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당선된 ‘여행’은 지난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공식 초청됐고, ‘2005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3’에 선정, ‘2006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ㆍ희곡상ㆍ연기상ㆍ무대예술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여행’은 오는 21일 부터 다음달 7일 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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