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한 치의 미련도 없이 삼촌의 손을 꼭 잡고 돌아서버렸다.
“집에 가자, 삼촌!”
성철스님의 유일한 혈육 불필스님은 18일 펴낸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김영사)에서 단 한번도 성철스님을 아버지라 불러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성철스님은 그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이면서도 가장 멀리 있는 존재였다.
책에는 처음으로 밝히는 성철스님의 가족사가 들어있다.
지난 동안거 결제 한철 동안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박이도록 이 책을 썼다는 스님은 처음에는 산속에서 살아온 선승인 자신이 책을 내는 일이 옳은 일인가 싶어 출판 제안을 여러차례 거절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책으로 큰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한 사람이라도 영원한 진리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감사할 뿐이다“며 출간의 소회를 밝혔다.
불필스님은 출가한 뒤 어머니가 쫒겨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큰스님을 찾아와 매달린 사연도 담았다.
“그렇게 도가 좋으면 혼자 가면 되지 왜 하나 밖에 없는 딸까지 데려가느냐? 딸만이라도 돌려주면 이 세상 누구 못지않게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볼 것이요” 담판을 짓고 싶어서였다는 것. 그런데 말한 마디 꺼내보지 못하고 어머니는 쫒겨났다.
불필스님은 성철스님의 법문의 쉽고 명료함은 놀랍다고 말한다. 1950년대, 큰 스님의 나이 40대 중반에 작성한 것인데 내용이 일목요연하고 군더더기 없어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것이다.
불필스님은 1937년 지리산 자락 묵곡리에서 태어나 천진무구한 유년시절을 보내다 갑작스럽게 언니의 죽음을 맞았다. 이후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생각에 빠져 있던 중 아버지 성철 스님으로부터 영원한 행복의 길에 대한 말씀을 듣고 출가를 결심한다.
1956년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성철스님이 직접 쓰신 법문 노트를 받아 수행의 지침서로 삼았다. 출가 이후엔 자유로운 운수남자로 해인사 청량사, 태백산 홍제사, 문경 대승사 윤필암 등 제방선원을 다니며 공부했으며, 1993년 성철 스님이 열반하신 후 지금까지 석남사 심검당에서 수행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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