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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콕콕(애니팡)]카카오톡 게임 서비스 위력 보여준 ‘악마의 게임’
- ‘비주얼드 블리츠류’와 카카오톡 게임 서비스 합작품 … 쉽고 간편한 게임플레이와 SNS의 만남이 성공 열쇠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하루에 한번 올까 말까한 카카오톡 메시지가 하루 수십 통 온다. 누굴까. 두근거리는 마음에 핸드폰을 연다.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 여지 없이 ‘하트’가 도착해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수십개 하트가 핸드폰으로 날아온다. 이놈의 카카오톡 지우던지 해야지. 도대체 뭐길래 자꾸 날아오는 걸까. 호기심에 접속 버튼을 눌러볼까 생각도 하지만 끝까지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나온 한마디 “오늘 술값은 ‘애니팡’으로 결정하자”한번도 해보지 않은 게임이라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임으로 벌어먹는 놈이 이정도 페널티는 안고 가야 하는거 아니야. 어쩔 수 없이 수긍하고는 바텐더와 남자 세명이‘애니팡’배틀을 벌였다.



게임에 접속하고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술값이라는 두려움과 걱정거리는 안도로 변했다. ‘비주얼드’, ‘주파크’, ‘동물농장’ 등등 수십 번은 더 본듯한 게임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그래 이 게임이라면 나도 자신 있다. 개체수도 그다지 높지 않고,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은 퍼즐이다. 속으로 생각하고 한 게임을 끝냈다. 그런데 그날 술값은 내 주머니에서 나왔다.

‘애니팡’은 악마의 게임이다. 게임에 단 한번 접속했을 뿐인데 그날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단순히 술값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데도, ‘일반인’에게 진 굴욕감과 친구들에게 패한 뒤 항상 따라오는 놀림거리는 하루 이틀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틈만 나면 날아오는 ‘하트’문자는 알림 메시지 보다는 ‘도발’메시지에 가깝다.



더 골치 아픈 일은 그 이후에 일어났다. 카카오톡에 등록돼 있는 수 많은 업체 담당자들과 친구, 과거에 알았던 사람들까지 모두 내 기록을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니팡’의 최대 동시접속자수는 200만명이라고 개발사인 선데이토즈는 밝혔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리스트에 등재된 수백 명이 내기록을 알고, 내가 얼마만큼 게임을 할 수 있는지도 다 안다.

그들에게 ‘저는 MMORPG전문이에요. ‘길드워’한국 선수권대회에서 3위 기록했어요. ‘와우’투기장 검투사에요. 따위를 이야기해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 유일한 해답은 ‘애니팡’에서 점수를 높이는 방법뿐이다. 이렇게 혹독하고 잔인한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다.


▲ 지인들의 순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깊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게임]
그날 이후 와신상담하며 ‘애니팡’점수를 높이고자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했다. 그 동안 플레이 했던 ‘비주얼드 블리츠 모드’도 다시 한번 플레이 하고, 게임을 곰곰이 뜯어 보며 어떻게 하면 포인트를 높일지에 대한 전략도 세웠다. 그러나 내 점수는 채 10만점을 넘지 못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고수에게 묻기로 했다.

그리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단지 바텐더에게 찾아갈 술값이 필요했을 뿐이다. 바텐더는 친절했다. 그가 알려준 비법은 간단하다. 깊게 생각하지 말 것.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 점수는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게임이 달리 보였다. ‘애니팡’은 ‘뿌요뿌요’나 ‘퍼즐 보블’ 등 블록을 겹쳐 쌓은 다음 한번에 몇 연쇄로 터트려야 높은 점수를 받는 게임이 아니다.

한번에 수 많은 블록들을 터트리는 것 보다, 조금씩 여러 번 터트리는 것이 점수를 획득하는 포인트다. 실제로 한 번 블록을 터트리고 난 다음, 3초 정도 시간 내에 다음 블록을 터트리면 콤보가 이어진다. 따라서 3개씩 10번 터트리는게, 한번에 30개를 터트리는 것 보다 점수가 더 높다. 이 것만 알면 다음은 간단하다.

화면상에서 보이는 블록들을 잘게 나눠서 가능한 한 콤보가 이어질 수 있도록 블록을 터트리면 된다. 만약 화면 상에 터트릴 만한 블록이 안보인다면 폭탄을 터트리면 그 사이 콤보 게이지는 유지된다. 단, 콤보 수가 올라갈수록 연계되는 시간이 조금씩 줄기 시작하니, 이 점은 주의해야 한다.


▲ 기록 경신은 묘한 쾌감을 준다. 그래봐야 20만점이다

[‘하트 내놔’소셜네트워크의 힘]
조금씩 기록이 오르자 이제 조급함이 밀려온다. 전판에서 아슬아슬하게 기록까지 접근했는데 더 이상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없다고 뜬다. 일종의 이용권인 ‘하트’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트를 얻기 위해서는 8분 동안 기다려야 하는데, 이 사이에 지금까지 유지된 감각이 모두 사라질 듯하다. 어쩔 수 없다. 친구들을 희생하기로 한다.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하트 넣어’. 몇 초 지나지 않아 하트가 도착한다. 그리고는 게임을 플레이 한다. 그런데 그래도 부족하다. 그래 어쩔 수 없다. 친구들을 초대해야지. 친구를 초대할 때 마다 하트가 1개씩 늘어난다. 친구들이 하건 말건 일단 초대하고 본다. 분명 처음에는 잘 못하겠지. 그러면 ‘그것 밖에 못하냐’놀려줘야지 하는 생각도 어느 정도 있다.

그렇게 ‘악마의 게임’에 희생된 친구들이 나날이 늘어난다. 덕분에 하트 공급처가 늘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수순으로 유저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여자친구가 하트를 보낸다면? 마음에 드는 이성이 하트를 보낸다면? 기자라도 미친 듯이 플레이하고 하트를 주려고 할 것이다. 또한 좀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 틀림이 없다. 소셜 네트워크의 힘은 그래서 무섭다. 특히 하루 17시간 이상 함께 하고 있는 플랫폼인 ‘휴대폰’을 통한 소셜 네트워크는 더더욱  강하다.


▲ 친한 친구가 자랑 메시지를 보낸 순간 되갚을 때까지 게임하게 된다

[현금으로는 안되나요?]
기사를 쓰는 시점에 들어서는 기록 경신을 해야 했기에 그런 하트들 조차도 부족하기 시작했다. 토파즈를 구매해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한번에 5개 하트를 사용할 수 있는 반면, 토파즈를 통해 구매하면 한번에 체한 없이 하트를 연달아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게임에 몰입되기 쉬워서 좀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토파즈는 오로지 게임 플레이 횟수를 증가시키는‘하트’를 구매할 때만 쓸 수 있다. 여타 게임들이 ‘한 줄 지우기’, ‘블록 새로고침’, ‘시간 30초 연장’ 등 비즈니스 모델을 채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아쉽다. 이것이 좀 더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편의성을 늘리기 위해 ‘하트 저장고 최대용량 3배 증가(하루 15개까지 적립)’, ‘내 점수 가리기’ 등과 같은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소셜 네트워크 힘 활용한 게임 기대]
‘애니팡’의 성공은 ‘카카오 게임하기’가 가진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분명 성공 가능성이 있다.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 사례로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와 같은 사례도 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성공요인으로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즐기는 시스템을 꼽고 있다.

당시에도 페이스북용 게임들의 게임성은 현재까지 발매된 플래시게임이나 여타 온라인게임들을 개조 혹은 변조하는데 지나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 존 스메들리 CEO는 “페이스북에 출시된 ‘그것’들은 게임이 아니라 캐시 파밍(돈 끌어 모으기) 시스템’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로로 발매된 게임들의 매출액은 결코 무시하지 못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모바일 플랫폼으로 변화한 소셜네트워크 시스템, ‘카카오 게임하기’에도 동일한 형태로 발매될 게임들이 있을 것이고, 이것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게임성은 비판 받겠지만.


▲ ‘애니팡’과 유사한 게임류는 수십종이 넘는다 화면은 원조격인 ‘비주얼드 블리츠’


안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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