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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정진영> 주객전도
대중음악의 발전을 위해 모인 자리에 정치인들의 목소리만 높았다.

1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대중음악진흥위원회 발족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K-팝(Pop)의 세계적인 인기를 기회로 삼아 대중음악 진흥 지원 정책을 체계적으로 시행할 전담기구와 관련 예산 확보의 법적 근거를 추진하기 위한 자리였다. 대중음악 관련 25개 단체가 한데 모였다. 참석 가수들도 원로에서 아이돌까지 세대를 망라했다.

그러나 대강당 안엔 정치인의 얼굴이 많았다. 내외빈 소개 순서에서도 이들의 이름은 줄줄이 맨 앞을 장식했다. 당적과 직책에 지역구와 위원회까지 상세한 소개가 덧붙었다. 그런 뒤, 참석한 가수들의 이름은 시간관계상 ‘… 등’으로 요약된 뒤 박수 소리에 묻혔다.

축사자도 원로 가수 패티 김 외엔 모두 정치인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대변인의 입을 빌려 축사를 전달했다. 위원회 명예추진위원장인 남경필 의원의 축사엔 ‘경제민주화’ 등 노골적인 정치적 수사가 곳곳에 박혀 있었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전전(前前) 정권에서 ‘한류’가 시작됐다는 말을 강조했다.

‘대중음악진흥위원회 발족대회’라는 이름과 달리 행사는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었다. K-팝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정치행사장을 방불했다.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정치인들의 이 같은 모습은 대중음악인과 팬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대중음악 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주려 했다면 일선에서 활동하는 대중음악인들에게 할 말을 양보했어야 옳다. 또한 이번 행사의 주최 측도 진흥위의 구성과 운영, 예산의 성격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놨어야 했다. 이에 대한 대중음악계 공감대 없이 보여주기 행사로 그친 감이 있다. 이는 자칫 대중음악계의 밥그릇싸움 혹은 예산 낭비 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대중음악에서 소외된 장르인 인디음악은 이날 행사에서도 단 한 번 스치듯 지나갔다. 한 인디음악 유통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행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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