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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헌 “수많은 루머? 낙천적인 성격으로 극복하죠” (인터뷰)
어느 덧 데뷔 22년 차에 접어든 배우 이병헌이 첫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돌아왔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가짜 왕인 천민 하선, 그리고 광해로 1인 2역을 펼쳤다. 그는 마치 작정한 듯 연기했고, 천민과 왕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수많은 배우들이 새로 맞는 작품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파격변신’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부지기수지만 이병헌의 이번 변신은 특히나 신선하고, 코믹했다. 그가 매화틀(왕의 이동식 좌변기)에 앉아 방귀를 뀌는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더 많은 관객들의 반응이 기다려진다”며 환히 웃었다.


이병헌은 이번 작품에서 거의 모든 신에 등장한다. 사실 상 ‘이병헌 영화’로 불러도 될 정도로 그의 비중은 막강하다. 그 역시 스크린에 자꾸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에 관객들이 질려하진 않을까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고.

“시사회 전에는 제가 거의 80~90% 영화에 등장하니까 자칫 지루하게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 내 얼굴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실물이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또 캐릭터에 빠지지 못하거나 겉돌면 정말 지루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일반 관객들의 반응이 오히려 너무 좋아서 다행이에요.(웃음)”

그의 실제 성격은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광해보다 하선에 가깝다. 거침없는 웃음소리와 유머러스한 그의 성격만 봐도 그랬다. 하지만 대중들은 그를 진지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라고 생각한다.

“하선이의 호기심이나 장난기, 때로는 무모한 행동이 많이 닮았죠. 대중 분들이 절 진지하다고 생각하는 건 작품 속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달콤한 인생’, ‘아이리스’, ‘놈놈놈’이 그렇죠. 사실 저 인물들은 우리가 실제 상황에서 볼 수 없는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광해와 하선은 너무나 상반된 인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냐고 묻자 그는 하선이 변하는 과정의 수위조절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광해와 하선을 대할 때,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서 캐릭터에 대한 헷갈림보다는 하선이가 점점 변하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어색하지 않게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하선이의 모습을 순서대로 촬영하면 괜찮았을 텐데, 상황이 뒤죽박죽이라 헷갈렸어요. 아무래도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었죠.”

실제 영화 촬영장은 의외로 조용했다. 이병헌과 류승룡, 김인권, 한효주.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함께한 현장이 조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추창민 감독님부터가 정말 조용하세요. 말이 진짜 없으시죠. 코미디는 늘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시지만 말씀도 없고 원.(웃음) 그렇지만 고집은 또 황소 고집이에요. 정말 어려운 캐릭터였죠. 효주가 외로워했냐고요? 그럴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홍일점이라 예쁨과 보살핌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효주와 같은 소속사 배우인지라 챙겨주면 편애하는 느낌이 들까봐 평정심을 지켰죠.(웃음)”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바로 하선과 허균의 투샷이다. 연기 하면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의 앙상블은 가히 볼 만하다. 이병헌은 동갑내기 친구인 류승룡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균 역이 굉장히 리액션이 중요한 배역이었어요. 류승룡은 상대를 잘 받쳐주는 배우에요. 제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순발력 있게 받아쳤죠. 참 인간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좋은 배우였던 것 같아요.”

이병헌은 액션과 멜로, 드라마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배우다. 하지만 ‘아이리스’이후 그의 멜로 연기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그는 “내 가슴을 파고드는 멜로물이 있따면 정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영화를 고를 수 있는 폭이 점점 좁아지는 추세잖아요. 주변 사람들이나 팬이 원한다고 해서 바로 멜로물을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저도 멜로물 하고 싶죠. 그렇지만 아직까지 제 가슴을 파고드는 멜로는 만나지 못했어요. 그래서 선택을 안 한 것도 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 영화팬들은 저를 믿고 따라와 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

이쯤 되면 그의 실제 연애관이 궁금해진다. 최근 이민정과 공개 연인을 선언한 이병헌은 세간의 뜨거운 관심에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일단 연애를 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웃음 코드와 대화가 잘 통해야 할 것 같아요. 여심을 홀리는 필살기가 뭐냐고요? 그건 민정 씨한테 나중에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제가 제 입으로 어떻게 말을 하나요. (웃음) 그냥 제 의외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이병헌은 어떤 연예인보다 많은 루머에 휩싸여 있다. 답답할 법도 한데 이에 대한 변명도 공식적인 입장도 표명한 적이 없다. 진실을 밝히고 싶은 순간을 어떻게 참았을까.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누구나 겪는 일이기도 하고요. 시간이 지나고, 제 진정성을 확인하신다면 루머는 루머에서 끝나지 않을까요. 그런 것에 시달리지 않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저 스스로 극복해야죠 뭐.”

수십 년 동안 연기 인생을 걸어오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렇지만 그는 낙천적인 성격과 자신의 운명을 믿고 버티며 쉼 없이 목표를 향해 달렸고, 어느 덧 정상에 올랐다.

“성격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편이에요. 그냥 제가 좋으면 좋은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대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죠. 물론 노력과 행동에 따라 제 운명이 바뀔 때도 있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편이에요. 간혹 제가 굉장한 운이 있다고 느낄 때도 있고, 또 안 좋은 일이 닥치면 ‘내가 겪어야 하는 업보구나’하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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