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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와 딸, 안방극장 적신다
KBS ‘내 딸…’ MBC ‘메이퀸’ 등
부녀관계 그린 드라마 봇물
권위 벗어던진 부성애 그려


“점점 멀어져 가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가수 인순이의 자전적인 노래 ‘아버지’의 한 대목이다. 싸이의 ‘아버지’ 등 남자 가수들이 부른 다른 ‘아버지’ 노래들과 달리 딸의 시선에서 아버지를 향한 묵은 애증이 느껴진다.

흔히 서먹함과 그 속의 깊은 속정으로 표현되는 부성애(父性愛)와 딸과의 관계를 비중 있게 다루는 드라마들이 잇따라 방송돼 눈길을 끈다.

KBS2 TV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 후속작으로 오는 15일 ‘내 딸 서영이’를 첫 방송한다. 무능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부녀의 인연을 끊은 비정한 딸 서영(이보영 분)과 뭘 해도 되는 일 없는 아버지 삼재(천호진 분)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연출을 담당한 유현기 PD는 지난 1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동안 많은 가족극이 있었는데 아버지와 딸에 대한 얘기는 많지 않았다”며 “딸과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중점적으로 하는 동시에 세 가정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깊이 파고들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못난’ 아버지를 연기하는 천호진은 “아버지와 딸의 미묘한 관계를 건드리면서 내가 여태껏 해온 직업관에서, 흉악해지는 사회 분위기를 따뜻하게 보듬고 싶다”고 다짐했다.

MBC 주말극 ‘메이퀸’에서 부정(父情)은 가슴으로 키운 양녀에게 발현된다. 뱃사람 천홍철(안내상 분)은 군대 후배 박기출(김규철 분)이 몰래 맡긴 돌 지난 여자 아이(김유정 분)를 친딸처럼 키우고, 결국 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대신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다.

SBS ‘맛있는 인생’은 전직 형사이자 지금은 한식당 주방장을 하는 장신조(임채무 분)와 네 딸에 관한 드라마다. 신조는 엄마 없이 딸들을 기르면서, 형사 시절 죽은 동료의 딸까지 데려다 키운다.

이들 드라마에선 그동안 모성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존재가 두드러진다. 특히 가족 구성원에게 군림하려 드는 권위적인 가장의 모습이 아닌 가정 안에서조차 나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장기 불황 속에 실직과 해고의 칼날에 떠는 이 시대 99% 아버지들의 초라한 단면이 이들 드라마에 녹아 있다. 혈연관계와 가족의 소중함을 상기시킴으로써 험난한 파고를 함께 헤쳐나가자는 교훈도 담겨 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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