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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디자인, 행복으로 가는 열차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흔히 디자인이라 하면 예술 분야를 떠올린다. 예컨대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성모’ 디자인이라는 말에서 디자인의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의미는 예술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확장된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존 헤스켓 교수는 “디자인은 디자인을 생산하는 디자인을 디자인하는 것(Design is to design a Design to produce a Design)”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은 디자인(이상적인 미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한 디자인(정책)을 디자인(결정 및 실현)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바야흐로 인생도 디자인하는 시대다.

인생의 꿈을 실현하고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생 설계 또한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인생설계는 보통 사회 생활에 첫 발을 내디딘 직장인이나 결혼으로 가정을 꾸린 가장에게 해당되는 단어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생설계란 대학생 뿐 아니라 고등학생에게까지 통용된다. 대학 진학, 군 입대, 취직 등 인생의 큰 갈래에서 자신의 인생 디자인에 따라 힘들겠지만 보람있는 분야를 결연히 선택하는 경우가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인생 디자인에 따른 인생 설계=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무턱대고 성적에 맞춰 대학이나 학과를 지원하는 과거의 행태를 찾아보긴 힘들다. 자신이 선망하는 직업이나 분야에 종사하기 위해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대신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사회에 곧바로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올해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은 고교 졸업생들은 2만여명에 달한다. 지난달 28일에는 ‘하늘에 별따기’라는 공무원(9급 일반직)에 올해부터 행정안전부가 고교 출신 인재채용 확대를 위해 도입한 새로운 채용제도에 따라 고졸 지원자 104명이 채용되기도 했다.

대학생들의 인생 설계를 위한 자기 결단도 딱 부러진다. 평소 ‘종군 기자가 되고 싶다’며 선배들을 찾아가 상담 공세를 벌였다는 곽문영(22ㆍ여)양은 학교에서 여성ROTC 모집공고가 나자 두말없이 지원했다. 미래의 꿈을 향해 세운 그녀의 인생 디자인은 현재 진행형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금융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는 박세영(25)군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관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해 1년여간 미국에서 기업 인턴활동을 하고 귀국했다. 그는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금융 관련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이다.

어렵게 들어온 대학의 문을 제 발로 걸어나가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지난해 11월 신문방송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장모씨는 자기가 다니던 학교의 중앙도서관에서 “학교 밖에서 더 큰 가치를 찾기 위해 학교와 이별한다”는 선언문을 낭독하며 공개적으로 자퇴를 선언했다.

국외영주권이 있어 병역이 면제가 되는데도 굳이 자진 입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5일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스스로 군 입대를 선택한 국외영주권자가 지난 2004년 이 제도 도입 이래 1000명을 돌파했다.

일본 영주권자인 홍진기(21) 훈련병은 “군 생활을 통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갖고 나의 미래를 개척해보고 싶어 입대를 결심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범법행위가 횡행하는 가운데 이런 방식으로 각자의 ‘인생 디자인’을 실행에 옮긴 이들은 보는 이들을 숙연케 할 뿐 아니라 청량감마저 선사한다.

지난달 훈련소에 입대한 김수환(26)씨는 미국 해병대에서 7년간 복무하고 지난해 4월 미 해병대 하사로 전역한 현역 미군 출신이다. 그는 한국 군 입대 결정에 대해 “한국에서 떳떳이 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작은 행복, 인생 디자인으로 실현=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잠시 숨을 고르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행복이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숨가쁘게 좇아왔던 출세와 부, 명성 같은 가치가 부질없이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 세속적 성취물로 한 순간의 욕심은 채울 수 있지만, 행복을 불러올 수는 없다는 깨달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행복의 요소는 뜻밖에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된다. 가족들과의 화기애애한 담소, 이웃이나 친구와의 신뢰어린 교류,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하게 배려할 때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이들에게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패턴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건 행복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이런 사람들은 그동안 소홀하게 여겨왔던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바쁜 생활을 핑계로 애써 덮어뒀던 취미생활을 자기 인생의 시간표에 끼워넣게 된다.

최근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시트콤이나 예능 프로에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여행 중 소소한 에피소드를 겪으며 친구와 더 가까워지고(1박2일), 합창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합창단을 만들고 함께 연습하는 과정에서 신뢰와 배려 속에 서로 조화를 이루고(남자의 자격), 지인과의 소소한 담소와 함께 친분을 두텁게 하면서(고쇼, 강심장, 힐링캠프)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 또는 행복감을 주는 것이다.

마포 성미산마을 두레생협 합창단 단장을 맡고 있는 장영옥(여ㆍ51)씨는 “우연한 기회에 마을 합창단에 참여해 이웃들과 함께 노래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행복을 맛보고 있다”며 “앞만 보고 달려온 제가 합창단을 하면서 쉬어가는 기회를 가지고 이 기회를 계기로 제 삶의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남은 인생을 재설계하려 한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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