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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개월 슬럼프 딛고… ‘파이널퀸’ 신지애가 돌아왔다
9차 연장 끝 LPGA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 통산 9승
수술·부상 등 힘든 시간 보내고 다시 정상에



50㎝ 거리의 퍼트. 전 같으면 눈 감고도 넣었을 짧은 거리였지만 신지애는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이미 보기로 우승이 물 건너간 폴라 크리머가 상심한 채 지켜보고 있었지만, 신지애에게 주위 상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이 퍼트에 인생이 걸린 것처럼, 라이를 살피고 온 신경을 집중시켜 어드레스를 한 뒤 조심해서 퍼터를 밀었다. 우승이었다.

‘파이널퀸’ 신지애(24ㆍ미래에셋)가 돌아왔다. 신지애가 11일(한국시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강호 폴라 크리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해질 때까지 8홀 연장을 벌이고도 가리지 못했던 승부였지만, 이튿날 16번홀에서 이어진 9차 연장에서 신지애가 파를 잡고, 크리머가 보기를 범해 기나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우승은 신지애의 통산 9번째 우승. 8번째까지는 너무나 탄탄대로였다. LPGA투어 회원이 되기도 전인 2008년 3승을 거둬 골프계를 놀라게 하더니, 2009년에도 3승, 2010년 2승을 거두며 은퇴한 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세계 랭킹 1위를 다퉜다. 세계 정상에 오를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그러나 2010년 11월 8번째 우승 이후 무려 1년10개월 동안 신지애는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채 힘겨운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확하지만 짧은 티샷 거리를 보완해줬던 컴퓨터아이언샷이 흔들렸고, 과감했던 퍼트도 홀컵을 종종 빗나갔다. 2010년 맹장수술에 이어 2010년 허리부상, 손목부상, 라식수술, 스윙교정, 올해 손바닥 수술 등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신지애가 다시 정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은 길고도 험난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피 마르는 혈투를 벌이면서도 절대 우승컵을 내주지 않은 정신력은 신지애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신지애와 마찬가지로 2년간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폴라 크리머 역시 “반드시 우승해 우승컵을 집에 보관하겠다”며 각오를 불태웠지만 신지애의 의지를 넘지는 못했다.

신지애는 경기 후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었다. 우승 퍼팅 거리가 50㎝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 긴장됐다”고 털어놨다. 우승을 밥 먹듯이 해왔던 신지애에게도 2년간의 고통스런 시간을 끝내야 할 우승컵 앞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손맛을 본 신지애가 다시 비상하기 시작했다.

<김성진 기자>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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