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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겔? 젤? 규정없는 초고농축 세제 이름에 소비자 혼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주부 최모(30ㆍ여)씨는 며칠전 대형마트 판매대 한 켠에서 세제통을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비슷해보이는 세제 중 일반 액체세제와 ‘○○겔’이라 쓰여진 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간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가루세제와 액체세제는 형태 차이가 뚜렷했는데, 액체와 ‘겔’ 사이에는 겉보기에 분명한 차이가 없어서 뭘 골라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씨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시중 겔 세제 중 대부분이 초고농축된 액체세제일 뿐, 겔이라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초고농축 세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젤’이나 ‘○○겔’ 등의 제품명을 사용하는 세제가 대거 출시됐다. 그러나 겔 형태라기 보다는 액체 형태로 보는게 적합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겔(gel)’ 혹은 ‘젤’이라 부르는 형태는 액체도 고체도 아니다. 특정 성질을 띠는 용액이 일정 농도 이상 진해져서 굳어진 것으로, 점성은 있지만 흐르지 않는 형태라는 게 특징이다.

애경 관계자는 “이 같은 형태를 만족시키는 세제는 애경의 ‘리큐 2배 진한겔’과 옥시의 ‘파워크린 스마트젤’ 뿐”이라고 강조했다. ‘리큐’는 세제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내용물을 뚜껑에 짜서 뚜껑 채로 세탁기 안에 넣어 사용하게 돼있다. ‘스마트젤’은 무게가 기존 세제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거품이 빨리 분해돼 추가 헹굼이 필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시중에는 액체 형태로 덜어 쓰는 세제가 ‘○○파워젤’, ‘○○컬러젤’, ‘○○ 아로마젤’ 등의 명칭을 달고 나와있다. 이 제품들은 초고농축 세제이긴 하지만, 형태는 액체세제일 뿐이다.

‘겔’이란 단어가 액체세제에도 쓰이는 것은 단어 사용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세제 시장의 흐름이 액체에서 겔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농축효과나 세탁력을 강조하기 위해 본래 명칭 뒤에 ‘겔’이란 단어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명확히 정해진 규정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농축’이란 말을 기존 세제보다 세척력이 30% 이상 강화된 제품에 붙여왔다. 초고농축이란 말은 세척력이 50% 이상 강화된 경우에 사용해왔다. 새로운 형태의 세제가 등장할 때마다 이에 걸맞는 단어가 일정 기준에 따라 사용되면서 해당 세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장되는게 그간 업계의 성장 과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액체세제에서 겔 세제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단어 사용에 대한 자율적인 규정 조차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애경 관계자는 “겔 세제는 농축 과정을 거치면서 사용량이 액체세제에 비해 절반으로 줄기 때문에 덜어쓰기 편하고, 흐르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라며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세탁세제 중 25% 이상이 겔 세제일 정도로 보편화 됐고, 국내 시장도 향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 기관 AC닐슨에 따르면 겔 세제가 속해있는 초고농축 세탁세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84억원 선이다. 전년인 2010년의 21억원 선에 비해 4배 이상 급성장한 규모다. 이 중 ‘리큐 2배 진한겔’은 현재 57%, 옥시 ‘파워크린 스마트젤’은 1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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