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새초롬한 꽃 사진은 마치 ‘압화’(押花)같다. 예쁜 야생화를 채집해 두꺼운 책 속에 ‘꾸욱’ 눌러두었던 식물도감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포토제닉 드로잉’(Photogenic Drawings)이라 명명된 구성수의 작품은 모두 사진이다. 사진도 일반적인 사진이 아니라, 조각 회화 사진을 혼합해 만든 특수한 사진이다. 작품의 제작방식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
전시타이틀의 ‘포토제닉 드로잉’이 ‘빛에 반응해 그려진 그림’이란 뜻이듯 구성수는 최초의 사진술을 발명했던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가 빛을 이용해 사물의 형상을 종이에 재현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한다. 단 탈보트 보다는 훨씬 확장된 영역에서 현대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그는 뿌리까지 깨끗하게 잘 세척한 야생화를 넓은 찰흙에 조형적으로 배치한 뒤 식물을 유리판으로 눌러 음각을 만든다. 그리곤 야생화를 제거한 후 만들어진 음각에 백색시멘트를 부어 굳힌다. 찰흙을 떼어내 양각의 부조를 만든 다음 꽃이며 이파리를 꼼꼼한 붓질로 섬세하게 채색한다. 이 복잡한 과정이 마무리되면 그 때야 비로소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는다.
‘낙엽’ 연작 또한 같은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는 구성수는 근래 들어서는 젊은이들의 아이콘인 청바지, 그것도 ‘뒤태’를 그만의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같은 독특한 과정 끝에 탄생한 구성수의 작품은 일반적인 사진을 뛰어넘어, 예술 사진으로서의 조형미를 드러내며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또 현대사진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 출신의 구성수는 다양한 소재와 표현방식을 섭렵하며 활발하게 작업하며 국내 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게티뮤지엄이 그의 작품을 소장한 것을 필두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휴스턴 현대미술관, 산타바바라 뮤지엄 등이 잇따라 구성수의 사진작품을 컬렉션했다.
지난 2010년 일우사진상(출판부문)을 수상한 구성수는 세계적인 아트북 전문 출판사인 독일 핫체칸츠에서 사진집 ‘포토제닉 드로잉’이 출간된 기념으로 서울 서소문의 일우스페이스 전관에서 ‘포토제닉 드로잉’전을 열고 있다. 전시에는 ‘야생화’, ‘낙엽’, ‘청바지’ 시리즈 등 110여점이 나왔다.
일우사진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신수진 교수(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는 “작가가 작품을 보여주는 방법 중 모노그래프는 가장 전통적이며, 심도있게 작품을 이해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사진은 인쇄된 책을 통해서 보여졌을 때 원본에 가까운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다”며 “세계적인 사진가를 키우기위해 힘쓰는 한국 사진계의 실정을 감안해볼 때 세계적인 아트북 전문 출판사인 핫체칸츠(Hatje Cantz)에서의 단독 출판은 작가가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02)753-6502. <사진제공=일우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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