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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모자들’ 조달환 “나는 아직 배우가 아니다” (인터뷰①)
배우 조달환.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막상 그의 얼굴을 보면 ‘아 이 사람!’이라며 손뼉을 친다. 그만큼 그는 12년의 연기 생활을 수많은 작품을 통해 얼굴을 내밀었고 끝없이 연기 내공을 갈고 닦았다.

그런 그가 김홍선 감독의 첫 데뷔작 ‘공모자들’로 대중 앞에 나섰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선보인 연기는 기존의 캐릭터와는 180도 달랐다. 몸을 사리지 않는 소름 돋는 열연과 연민을 자아내는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 이처럼 주연배우 임창정, 최다니엘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산한 그는 영화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실 조달환의 캐스팅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기존의 작품에서 선보인 코믹한 이미지의 악영향이 가장 컸다. 때문에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캐스팅한 김홍선 감독에 대한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생 저한테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목숨 걸고 찍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모든 시간을 할애해서 찍었습니다. 절실함을 넘어서 처절했어요.(웃음) 그런데 이렇게 개봉까지 하게 되니, 정말 꿈만 같아요. 한창 개봉할 때 태풍이 와서 걱정되긴 하지만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죠.”

그가 이번 영화에서 선보인 캐릭터 몰입력은 상당히 놀랐다. 그는 야심이 가득하지만 허술하고, 때로는 연민을 자아내는 임창정의 오른팔 준식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다.

“감독님과 호흡을 무려 8개월 간 맞췄거든요. 준식이의 모습을 감독님에게 오백 번 이상 보여드린 것 같아요. 왜 부부는 서로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잖아요. 감독님과 저는 부부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가까웠죠. 어떤 사람이 저에 대해 뭐라 평가하든 감독님을 믿었어요.”

김홍선 감독에 대한 극찬을 쉼 없이 이어가는 그는 딱 한 번 김 감독에게 짜증을 부린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바로 6일 동안 촬영했던 사우나 신에서 터진 일이었다.

“우리는 사우나에서 같이 촬영한 사람들을 ‘사우나 패밀리’라고 불러요. 왜냐면 6일 동안 사우나 신을 연속으로 촬영했거든요. 저는 삼일 동안 잠을 못 자고 문신을 했죠. 그 때 처음으로 감독님에게 항변하고, 화를 냈어요. 역할도 힘들고, 문신도 하고, 잠도 못 잤으니..예민할 만 했죠.”

군 전역 후 그는 자신을 찾는 감독이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그의 자리는 이미 다른 조연배우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군대 갔다 오니 찾아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냥 아예 ‘생’ 오디션을 처음부터 다시 봤어요. 나이도 나이인데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저는 이 직업이 스트레스와 고통을 같이 주거나, 절 찾는 감독님이 없을 때 ‘뜨자’고 생각했거든요. 한 우물을 팠는데, 물이 계속 안 나오면 살 수가 없잖아요. 결국 자신을 묻을 무덤을 파는 거죠. 하지만 존경하는 감독님들 덕에 다시 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죠.”

그가 연기에서 가장 주안을 두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것이 이성에 대한 사랑이든 인간에 대한 사랑이든 어쨌든 ‘사랑’이 있어야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연기 철학이기도 하다.

극중에서도 임창정 선배는 조윤희 씨랑 로맨스가 있잖아요. 그래서 더 찡하게 다가오는 거고요. 무언가에 대한 사랑이 들어가야, 관객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저는 장르는 따지지 않아요. 스릴러든 코미디든 그 안에서 로맨스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는 자신을 ‘배우’가 아닌 ‘연기자’라고 정의를 내렸다. 비록 톱배우는 아니지만 긴 세월 동안 다작을 했던 그에게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그는 자신이 배우로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라며 소탈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단 한 번도 절 ‘배우’라고 얘기한 적이 없어요. 저는 연기자일 뿐이에요. 연기자와 배우로 높낮이를 구분하자는 게 아니라 존재감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왜 관객들도 신뢰가 가는 배우가 출연하면 그 배우만 믿고 영화를 꼭 보잖아요. 저는 아직까지 그렇지 않죠. 이제 막 수면 위로 슬그머니 목을 내밀고 있을 뿐이에요. 개인적으로 김갑수 선배님, 손현주 선배님, 강신일 선배님을 존경해요. 굳이 장르를 구분 짓지 않고, 늘 좋은 연기를 보여주시잖아요.”

조달환은 “나중에 제가 죽고 무덤에 ‘배우 조달환’이라고 써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의 미소에서 연기에 대한 강한 열정이 느껴졌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한 사람으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기존의 이미지를 확실히떨쳐 버린 작품임과 동시에 혼신을 힘을 다해 촬영한 그는 긴장감과 기쁨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군대를 갔다 온 뒤 5년 만에 선보인 작품인 만큼 정말 새로운 마음으로 임했죠.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준비한 제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고,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흥행이요? 더도 덜도 말고 딱 200만 관객만 돌파해도 좋을 것 같네요.(웃음)”

늘 초심을 잃지 않고, 오직 연기에 대한 의지로 버틴 그였다. 그가 선보인 연기는 가히 놀라웠고, 매 장면마다 엄청난 심혈을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조달환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대중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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