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매에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의 작품 120점이 출품됐다. 김환기, 이대원, 이우환, 김종학의 작품을 비롯해 이숙자, 사석원, 강익중 등 인기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돼 관심을 모은다. 또 소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 고암 이응노, 운보 김기창 등 한국화 부문 거장들의 작품도 다수 출품됐다. 올 초 루이비통과의 협업(콜라보레이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과 김동유, 이길우, 배윤환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김환기의 작품은 1968년 뉴욕 시절에 그린 것으로 희소성을 지닌 작품이다. 달, 여인, 사슴이 등장하는 구상 작품과는 달리, 강렬한 붉은 화면에 노란색 삼각형을 리드미컬하게 이어간 추상화로, 영어신문 위에 유화물감으로 그렸다. 삼각의 도형을 흩뿌린 듯한 추상작업은 뉴욕시절 작가가 점, 선, 면의 단순한 도형에 대해 치열하게 실험하기 시작한 것을 반증한다. 추정가는 5000만원. 환기미술관이 발행한 보증서도 첨부돼 있다.
작고작가 이대원의 그림도 희귀한 작품이다. 이 화백 특유의 화려한 점묘법이 탄생하기 전인 1960년대 작품으로, 중후한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하단에 박두진 시인의 시 ‘산맥(山脈)을 간다’를 적어넣은 것도 눈길을 끈다. 험준한 산맥을 나이프와 붓을 이용해 어둡고 역동적으로 표현해 이대원의 아름답고 화사한 기존 작품과는 사뭇 다르다. 한 컬렉터가 시인 박두진의 딸로부터 구입한 작품이며, 추정가는 3000만원이다.
‘보리밭 화가’ 이숙자의 작품 ‘유채꽃’은 대형 화폭(100호) 가득 흐드러지게 핀 노란 유채꽃을 그린 것으로, 꽃송이마다 유채꽃이 살아숨쉬는 듯해 작가의 역량을 살필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던 유채꽃밭 너머로, 짙푸른 바다가 이어지는 구도 또한 멋스럽다. 마치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을 보는 것 같다. 시작가는 5000만원.
동물그림에서 발군의 재능을 보이고 있는 사석원의 ‘십이지’(12점 세트)는 작가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그림이다. 민화의 야생성에 주목해 호방한 필치와 거침없는 원색의 사용을 특징으로 하는 사석원은 12지신을 익살스럽게 표현해 친근감을 전해준다. 사석원다운 풍류와 흥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12점 세트이지만 하나씩 분리도 가능하다. 4200만원.
지난 6월 아트데이 경매에서 82%라는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던 한국화 부문에서도 수준 높은 작품이 여러 점 출품됐다. 소정 변관식의 ‘강남강북’은 비교적 작은 크기(29×42cm)이지만 작가 특유의 칼칼한 붓맛이 살아 있어 대작 못지않은 감흥을 준다. 전국을 방랑하며 사생을 즐겼던 소정은 강가를 유유히 흘러가는 나그네를 그린 작품에서 한국적 서정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 시작가 500만원.
유산 민경갑의 ‘화조도’는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한국화와는 상반되게 먹으로 배경을 꽉 채워 보다 현대적인 미감을 선사한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눈부시게 피어난 하얀 목련 위로 한쌍의 새가 다정하게 앉아있는 그림은 흰 목련과 초록새의 대비가 더없이 장식적이고 정갈하다. 시작가 500만원.
해외 작품으로는 쿠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이 나온다. 쿠사마 야요이는 호박을 초록빛으로 표현한 판화와 화병에 꽂은 식물을 표현한 판화가 나온다. 편집증적인 도트(dot)무늬와 강렬한 색채가 마법에 걸린 듯 살아꿈틀댄다. 쿠사마의 작품은 최근들어 작품값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번 경매는 시중가보다 30%, 최고 50%까지 저렴한 가격에서 시작된다. 가격대는 누구나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30만원대 작품에서부터 5000만원대까지 폭이 넓다. 경매 출품작은 29일부터 9월 3일까지 아트데이옥션 홈페이지(www.artday.c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출품작을 직접 확인하고자 하는 이들은 29일부터 9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LG패션 서관의 LF갤러리(지하1층)에서 열리는 프리뷰 전시를 찾으면 된다. 전시장을 찾는 미술애호가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아트데이옥션 리플렛을 가져오는 방문객에게는 LG패션 1층 커피숍의 커피가 무료로 제공되며, 라움 샵의 가을신상품 구매시 20%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경매 응찰은 웹사이트(auction.artday.co.kr)나 프리뷰 전시 현장에서 할 수 있으며, 29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경매마감은 3일 오후 5시부터 1분 간격으로 1점씩 마감된다. 온라인 응찰 외에 전화응찰 및 서면응찰도 가능하다. 문의는 아트데이(02-3210-2255).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