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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안철수 원장은 강남스타일?… “대안정치로 불러달라”
정치권의 달라진 ‘B급 정치문화’ ·안철수의 ‘정치문법 B’는
기성 정치를 비튼 ‘안철수 스타일’
출판기념회 대신 예능프로에 출연 대체
재단설립등 기존 틀 벗어난 독특한 행보

대선 프레임의 전복 ‘안철수 스타일’
여야 舊체제 vs 안철수의 탈정치화 구도
새정치 갈구 대중들 기대감 최대 경쟁력

아날로그적인 소통 ‘안철수 스타일’
직접 쓴 손편지·종이책으로 펴낸 대담집
대중과 직접 대면하며 강연하는 감성정치
기존 대선주자들 디지털 소통과 차별화



‘예측불가, 해석불가’ → ‘기존 틀을 벗어난 정치인’ → ‘혹시 안철수도 강남스타일?’ → ‘그냥 안철수 스타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만의 행보는 기존 정치권에 ‘해석의 틀’조차 없는 독창적인 스타일이다.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조차 안 했는데 명실상부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한국 정치역사상 유일무이한 존재다.

주류에 포섭되지 않은 외곽 행보는 위험부담을 껴안게 마련이지만, 안 원장의 경우 외곽에 존재하면서도 안정적인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주류인 A문법을 벗어난 새로운 B문법으로도 가능한 ‘안철수의 정치입문기’에 대중은 묘한 쾌감을 얻기도 한다.

A, B의 계급적 구분과 촌스럽거나 싼티나는 B급의 협소한 정의만 걷어내면 주류(기존 정치권)에 강펀치를 가하는 비주류(안철수)의 대선판도 뒤흔들기는 그 자체로 정치문법 B를 새로 쓰고 있다. 거기에 A급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정신을 기반으로 탄생한 B급문화의 탄생 배경을 끄집어내면 2012년 정치권을 강타한 안철수 현상도 ‘B급 문화의 반란’으로 재정의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안 원장의 대변인인 유민영 한림대 겸임교수를 만나 물어봤다.

“가수 싸이가 B급문화라는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안 원장은 정치권에서 강남스타일로 B급 정치문화를 선도하는 것 아니냐”고. 그랬더니 유 대변인은 “B급 정치문화는 좀 그렇지 않느냐. 대안정치라고 해달라”고 웃으며 답했다.

▶‘정치인백과’ 뒤집기…A부터 Z까지 안철수 스타일=A부터 Z까지 문법이 다르다. 일단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지지율 40%를 상회하는 것부터 기성 정치권이 볼 때는 어불성설이다.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아직까지 출마 여부는 안 원장만 안다. 출마 여부조차 밝힌 적 없는 외곽의 잠정 대권주자가 기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대권주자로서 본인도 예상치 못한 등장부터 사회환원을 위한 재단 설립, 대담집 발간과 예능프로그램 출연, 이후의 행보까지 수십년간 정치권에 몸담아온 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독특한 행보가 특징이다. 출마선언문을 낭독해야 정식 선언인데, ‘관심있으면 책을 사서 보라’며 대중의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책을 내면 출판기념회를 하는 게 정석인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를 대체했다.

기존 틀에 가둘 수 없는 안철수만의 독특한 행보를 놓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전혀 속을 알 수 없으니, 가장 무서운 존재”라고 평가했다. 
기성정치의 문법으로는 도저히 해석과 예측이 불가능한 안철수 원장이‘ 안철수 현상’을 일으키면서 장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주류에 포섭되지 않고 정치문법B를 쓰고 있는 안 원장 측에 “정치권에서 강남스타일로 B급 정치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안정치”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공식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대선출마의 뜻은 점점 더 확고해지는 듯하다. [헤럴드경제DB]

▶대선 프레임의 전복…여야 구체제 vs 안철수=그는 이미 기성 정치권을 ‘앙시앵 레짐(구체제)’으로 보는 프레임에도 불을 붙였다. 기존 정당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구체제로 설정, 시대적 소명의식(정의)을 갖고 혁명(새로운 정치)을 일으키는 것 같은 ‘환상’을 지지자에게 심어줬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철수 현상에 대해 “기성 정치를 거부하는 ‘탈정치화’와 새로운 정치를 희구하는 ‘재정치화’라는 두 정치학적 코드가 내재돼 있다”고 정의했다.

즉, 기존 정치문법과 전혀 다른, 차별화한 정치문법을 일반 대중이 원한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안철수의 경쟁력은 그가 기성 정치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후보를 돕고 있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도 안철수 현상을 동시대 사람의 의식의 변화와 연관지어 설명하며 “10ㆍ26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기성 정당이 정치 문외한에게 진 것부터 예측 불가능했던 일 아니었느냐”며 “대선에서 이기려면 사람들의 달라진 의식과 요구사항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 측 일부 세력이 중도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을 내세워야 한다고 보는 것도 기존 정치권의 문법을 비튼 안철수식 문법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은 주어지는 것? 소명의식 강조=본인의 권력의지가 없음에도 밖에서 오히려 대통령을 해보라고 부추기는 것도 기존 정치권 문법으로 해석 불가의 영역이다.

“정치는 국민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는 안 원장 발언에 기존 정치인은 분노했다. 최대 수십년간 당료생활을 하며 배지를 바라본 ‘국회 꿈나무’에겐 가혹하다는 반응이었다.

윤여준 전 장관은 “주어지는 것이라니 말이 되느냐. 권력의지도 대통령의 필수요건”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교수는 “이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권력욕을 위한 것이 아니고, 시대의 소명이자 정의 바로세우기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책임감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면 안철수의 대권의지는 200%, 300%로 뒤따를 수 있다는 게 주변 인사의 전언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로 저항=성공한 IT 지식인 안 원장이 아날로그식 소통을 보이는 것도 이색적이다. 직접 써내려간 손편지, 종이책으로 펴낸 대담집, 그리고 대중과 직접 대면하는 강연을 통해 가장 ‘아날로그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거리에 스마트폰을 든 유권자가 넘치는 상황과 대비되는 대응이다. 항상 수첩에 뭔가를 쓰는 습관으로 ‘수첩공주’라는 별명을 얻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주자는 SNS, 온라인 등 ‘디지털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가장 디지털 문명과 가까운 듯 보이는 IT 지식인이 가장 아날로그적인 감성정치로 대중에게 친근감을 더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독특한 아우라이기도 하고,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정당 밖 정치실험…세력 규합보다는 원맨쇼=기존 정치권에선 세력 규합을 대선에서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안 원장은 캠프를 구성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지지하겠다는 대학교수 52명의 지지선언에 대해 “우리와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자신을 지지한다면 엎드려서 절해야 하는데, 지지해도 우리와 무관하다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며 난감해했다.

안 원장은 ‘상식의 정치’를 말했다. 기성정치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거꾸로 기성 정치권과 언론은 외곽을 빙빙 돌고 있는 안 원장을 ‘비상식적’ 또는 ‘이단아’로 보고 있다. 소위 A급 문화가 상식인지, B급 문화가 상식인지 정상과 비정상이 헷갈리는 시대인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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