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나의 경험으로는 풍부한 언어와 그 언어를 재료로 창조된 문학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행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 중)
데뷔 43년째인 문정희 시인의 신작 산문집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는 여전히 시에 전율하는 사랑의 포로 같은 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시는 데일 만큼 뜨겁고 장미처럼 치명적이다.
시인이 “주저 없이 문학에다 나의 전 생애”를 던질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승이었던 미당 서정주 시인이 건넨 “하늘 아래 네가 있도다”고 한 말 한 마디가 그를 움직였다. 시인의 존재이유, 자존감은 그 말로 충분했다.
14년 만에 펴낸 산문집은 시인이 온몸으로 느껴 온 방황과 고독, 부자유한 삶을 문학으로 어떻게 스스로 깨우며 살아왔는지 보여준다. 깊은 나락에 빠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을 때 구원의 손을 내민 건 시였다.
책에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여정 중에 만난 인연에 대한 얘기가 많다. 프랑수아즈 사강, 프리다 칼로, 최승희와 같은 “고통과 고독, 사랑과 열정으로 살다간 여성”들, 포르투갈 출신의 소설가, 말레이시아 시인,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친구들, 택시기사, TV 속 장애인 노모 등 모든 만남이 그를 시로 끌고 간다. 세계적인 작품이 탄생한 곳에서 그가 들려주는 작품이야기도 새롭다.
한 편의 시는 인식의 틀을 깨뜨리기도 한다. 시인이 독일 시인 케스트너의 시 ‘바우리히 중사’를 통해 들려주는 우리가 아는 것의 모름에 대한 얘기는 시의 전복성을 보여준다. 그러니 시를 읽자.
“시를 사랑하고 시를 외운다는 것은 마음에다 별 하나를 매다는 것이다.” (본문 중)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