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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디자인포럼 2012> 아름다움·기능 넘어 소통으로…디자인, 영혼을 담다
⑦ 제품에 영혼을 입혀라
글레이저의 뉴욕 상징 ‘I ♥ NY’ 9·11이후 시민에 따뜻한 위로
체형따라 변하는 의자 ‘사코’ 저항·脫억압의 60년대 젊은층 욕구 대변
현대 디자이너들 스토리텔링 입혀 소장가치도 높이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을 겉모습의 포장쯤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디자인의 의미와 거리가 멀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중심에 있는 영혼이다.”

디자인에 대해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디자인은 단순한 겉모습이나 상업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담겨있는 창조물이라는 얘기다. 후발주자인 애플사가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차별화되게 만들어 제공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과 기능성을 넘어 디자인에 영혼을 담은 제품이라야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디자인은 새로운 기업의 영혼’이라는 현대경영의 구루인 톰 피터스의 말을 새길 시점이다.

▶라이프스타일 담은 소통 디자인=뉴욕의 상징인 ‘I ♥ NY’ 등을 만든 밀턴 글레이저는 “나의 디자인 작업은 일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 지극히 인간적인 삶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1968년 피에로 가티, 체사레 파올리니, 프란코 테오도르가 디자인하고 이탈리아 자노타사가 제작한 의자 사코(Sacco)도 이런 의미에서 보면 새로운 영혼이 담긴 의자다. 비닐이나 가죽껍데기 안에 발포성 폴리스틸렌 알을 채워 넣은 사코는 의자는 다리, 좌석, 등받이 등으로 구성된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깼다. 사용하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자연스럽게 틀을 만들어주는 편안하고 유연한 의자였다.

이 의자가 나온 1968년은 탈억압과 저항의 시기였다. 당시 젊은이들에게 이 의자가 어필한 것은 몸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는, 이완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젊은 세대의 욕구를 대변했기 때문이다.

밀턴 글레이저는 ‘I ♥ NY’을 1977년에 디자인했지만 이 로고가 더욱 인기를 끈 것은 ‘9.11테러’ 이후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면서다. 디자인은 산업논리에 따라 규격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할 때 더욱 힘이 커진다.

하나의 디자인을 만들기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할 때 소비자들의 생활은 이 제품과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런 디자인 제품들이야말로 영혼이 실린 진짜 창조물이다.

세계적인 디자인컨설팅업체 아이디오(IDEO)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을 지향하며 고객들의 니즈를 채워 주는 혁신 파트너로 명성이 높다. 일례로 아이디오가 디자인한 백신 주사기는 통증이 없어 많은 사람을 주사공포증에서 구했다. 또 식수를 얻기 힘든 개발도상국에서 필요한 물 저장고와 정수 필터가 있는 자전거도 배려가 돋보인다. 
디자인은 상품포장 뿐만 아니라 영혼을 담은 작품으로 소비자와 교감한다. 미국 9ㆍ11 테러 당시 뉴욕 시민들을 위로한 밀턴 글레이저의 로고 디자인, 주방기구를 예술작품으로 끌어올린 알레시의 와인 오프너 알레산드로 M과 안나G, 1968년 젊은 세대들의 자유로운 욕구를 대변한 의자 사코(Sacco).아이디오가 개발한 정수기 필터가 있는 자전거(시계 반대방향).

▶디자이너의 영혼과 교감하는 예술작품=디자인에서 예술가의 체취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제품에 영혼을 입히려는 디자이너들의 시도는 때로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 작품을 박물관에 전시할 정도로 유명하게 만들겠어’라는 생각으로는 성공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 아이디오의 창업자 빌 모그리지와는 어떻게 보면 정반대의 지점이다.

디자이너의 영혼과 교감하는 데서 오는 재미도 크다. ‘쥬이시 살라프’로 유명한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디자인이 기능성에 얽매이는 것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쥬이시 살라프’는 레몬즙을 짜는 주방기구였지만 일상적으로 레몬즙을 짜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편이다.

스탁이 독일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를 위해 디자인한 의자도 조각작품에 가깝다. 앉아서 편한 의자보다도 디자이너가 부여한 의미가 우선이다. 스탁은 사용자가 자신의 디자인을 통해 재미와 유희를 경험하도록 만들었다.

주방용품을 예술의 경지로 만든 주방용품업체 알레시도 있다. ‘주방용품에 예술을 담자’라는 철학을 가진 알레시는 싼 가격에 소장할 수 있는 예술품을 내놓는 셈이다. 알레시의 제품 중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와인 오프너 ‘안나G’와 ‘알레산드로M’은 스토리텔링 전략까지 담겨 소장가치를 높인다.

20세기 말이 되면서 디자인은 예술의 모델이 되는 시대가 왔다. 예술과 디자인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예술가들 또한 디자인의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1997년에 데미언 허스트는 레스토랑 바 ‘파마시’의 실내디자인을 맡았고, 기업들이 예술가와 손을 잡고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벌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오연주 기자>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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