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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한일문화경쟁력 어디까지왔나영화-공연-방송-가요-출판 부문별 아트
亞 호령하던 J팝, K팝이 되레 역습
일본영화 관객점유율도 1.8% 그쳐
신세대 만화작가 日시장에 도전장

방송콘텐츠 日종속현상은 여전
K팝 아이돌 위주·장르편중 한계
크리에이티브 파워 열세는 여전



지난 1990년대 중반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하면 한국 대중문화는 완전히 초토화될 것이라고 노심초사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강한 맞수가 있었기에 우리는 우리의 문화예술, 특히 대중문화의 수준을 끌어올리며 치열하게 달려왔다. 그리고 이제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한 지 14년. 한국과 일본의 문화산업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부문별로 조금씩 양상이 다르나 한국의 비약적 성장이 도드라진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원천 콘텐츠와 크리에이티브 파워가 빈약하며, 합리적이면서도 시스템화된 문화산업 구조 또한 취약하다. 아울러 체계적인 저작권 관리의 미흡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만화, 전체적으론 약세이나 독창적 웹툰은 유망=일본이 전통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막강 경쟁력을 지닌 만화는 국내 시장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며 60~70%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다만 국내의 학습만화, 교양만화 시장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코믹스 시장이 줄어 일본 만화의 위력이 약해졌다. 반면 한국 만화는 2000년대 들어 개성을 지닌 신세대 작가군이 크게 늘면서 일본 시장 진출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코믹스 시장의 축소는 일본행을 부추겼다. 7000억원 규모인 한국 시장의 40배에 달하는 일본 시장은 매력적이다.

5년 전만 해도 일본 내 한국 만화의 존재감은 미미했지만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작가만 20여명에 이른다. 특히 양경일의 ‘신암행어사’, 박성우의 ‘천랑열전’ 등은 호응이 뜨겁다. 한국의 독창적인 웹툰도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네이버 재팬은 앞으로 서비스를 더 늘릴 예정이다.

박석환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은 “정서적으로 유사하고 재미도 있는 스타작가의 만화는 일본에서 K-코믹스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 일본에서 거품 꺼졌지만 여전히 주목=지난해 한국 극장가에서는 일본 영화 50편이 상영돼 288만여명의 관객이 봤다.(이하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한국 영화를 본 관객이 전체의 52%로 가장 많았고, 미국 영화(43.2%), 유럽 영화(1.9%)에 이어 일본 영화의 관객점유율은 1.8%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 영화가 수출되는 시장으로는 일본이 으뜸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 수출액(완성작 기준)은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 전년 대비 16.5% 신장한 1582만8662달러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한국 영화가 가장 많이 팔린 지역은 일본으로 총 366만3437달러의 수출액을 기록, 전체의 23.1%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일본 영화는 대규모 관객동원이 어려운 ‘작은 영화’로 꼽히고, 한국 영화는 일본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다.

한국 영화는 한류스타 배용준이 일으킨 ‘욘사마’ 열풍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5년 그의 출연작인 ‘외출’이 단일국가 판매액으로는 전무후무한 7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절정을 맞았다. 그러나 기대만큼 흥행수익을 내지 못하자 거품이 빠졌고, 이는 전반적인 수출 침체로 이어졌다.

배용준을 위시해 이병헌, 장동건, 원빈 등 일본에서 ‘4대 천왕’으로 꼽혔던 기존 스타에 이어 장근석, 공유, 강지환 등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 중심의 한국 영화 인기는 일본에서 여전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부침이 심했던 일본 내 한국 영화의 흥행과 인기는 스타뿐 아니라 ‘콘텐츠’와 ‘크리에이티브’를 국내 영화계에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한국만의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일본 시장에 소개해야 한다는 것.

▶아직은 미미하나 잠재력 큰 ‘K-뮤지컬’=최근 들어 K-팝의 성공과 함께 일본에서 K-뮤지컬 붐이 서서히 일고 있다. 아이돌 스타 김준수가 출연한 ‘엘리자벳’이나 샤이니의 ‘키’, 슈퍼주니어 규현 등이 출연한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관객 중에는 일본인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창작 뮤지컬 ‘궁’ ‘미녀는 괴로워’ ‘빨래’는 일본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뮤지컬 ‘잭더리퍼’는 오는 9월 일본에서 공연된다. 2000년대 초 ‘지킬앤하이드’의 일본 진출이 단기 공연 형태였다면 요즘은 한 달 이상 장기 공연하는 예가 속속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단계다. 시작인 만큼 체계화가 급선무다. 한국과 일본의 제작환경 차이, 일본 현지 정보의 부족은 체계화의 걸림돌이다. 일례로 일본은 극장 대관 등이 3~4년 전에 이뤄지나 한국은 1년, 또는 수개월을 앞두고 진행되곤 해 결국 대관이나 캐스팅에서 한국 팀들은 많은 애를 먹는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섣부른 진출은 상표권 문제, 법적 문제 등 예기치 않은 사태도 일으킨다.

▶속내 캐보면 여전히 일본에 종속된 방송콘텐츠=한국 방송물 수출의 일본 시장 의존도는 점차 줄고 있다. K-팝, 음식, 영화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유럽과 미주 등지로 수출지역이 확대되면서, 일본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 추세인 것.

방송통신위원회가 펴낸 보고서를 보면 지상파TV 프로그램의 일본 수출은 2010년 4675만달러로, 6400만달러를 넘은 2008, 2009년에 비해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로써 2006년(4511만달러) 수준으로 돌아갔다. 수출 편수도 2008, 2009년 각 1만건이 넘었던 것에서 2010년 6865건으로 감소했다. 그래도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 2010년 기준 4646만달러 흑자다.

지상파TV 드라마, 오락이 개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물 수입은 주로 케이블TV에서 이뤄지고 있다. 방송채널(PP)의 경우 매년 일본물 수입이 수출을 앞섰지만, 간격은 좁혀지고 있다. 2010년 적자 규모는 252만달러로 2009년(478만달러), 2008년(1037만달러)과 비교해 현저히 줄었다.

전체 방송물 교역은 한류가 태동한 이래 매년 흑자 기조이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케이블뿐 아니라 지상파TV 드라마의 상당수가 일본 원작이다. 만화, 소설 등 드라마나 영화의 원천 스토리 시장은 한국이 여전히 열세다. 일본에서 흥행이 이미 검증된 스토리를 저작권을 지불하고 쉽게 개작하는 방송 제작 풍토가 고착화된 것. 한국의 경우 만화, 스토리, 포맷 시장이 척박할뿐더러 저작권도 체계화돼 있지 않다.

이연 선문대 교수는 “일본은 방송 영상자료 등 모든 라이브러리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 방송사들은 주먹구구식이다. 일본을 뛰어넘으려면 일본문화를 연구해야 하는데 오히려 무시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세’ K-팝 장르 다변화=1990년대 말 일본 대중문화 개방 당시 J-팝은 아시아의 대세였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음반시장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2009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음반 소매시장 규모는 55억달러(약 62조원)로 2억8000만달러(약 3조1500억원)인 한국의 20배에 가깝다. 한국의 음반시장이 일본에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K-팝의 일본 내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일본 오리콘이 지난 2월 발표한 한국 가수들의 음반 매출 동향 정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의 일본 내 매출은 244억7000만엔(약 3490억원)이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일본에서 K-팝은 곧 ‘아이돌 음악’이다. 아무리 질 좋은 음악을 생산해내도 장르의 폭이 좁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아티스트와 작곡자를 발굴해 K-팝이 자극적이고 트렌디한 음악에 한정되지 않은, 세련되고 수준 높은 음악이란 사실을 일본 내에 인식시킬 필요성이 크다.


<이윤미ㆍ이형석ㆍ한지숙ㆍ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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