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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금융보국
요즘 전 세계적으로 금융인이 비판받고 있다. 이는 금융인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믿는 금융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고 처방하듯이 금융인은 금융소비자를 분석하고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고객에 대한 진단이 생략 혹은 축소된다. 이러한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본 소비자는 금융인을 불신하게 된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하우스푸어 문제도 채무자의 원리금상환능력(DTIㆍ총부채상환비율)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주택 가격 대비 대출 비율)로 대출상품을 판매해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한 주택담보대출 고객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대출 상품의 불완전 판매는 대출 고객만 고통에 빠뜨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 등에서 보듯이 대출상품의 불완전판매가 광범위하게 발생하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금융위기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차입자에 대한 정보 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기업의 상환능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기업주와 모기업의 지급보증에 의존한 대출로 발생했던 외환위기의 교훈이 무색하게 대형 건설사의 지급보증에 의존해 대출을 승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다.

국내 금융회사는 정보생산를 할 수 있는 산업전문가와 계량분석가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기업대출을 주업으로 하는 금융회사는 산업전문가를 대거 확보하고, 개인대출을 주업으로 하는 금융회사는 계량분석전문가를 확충해야 한다. 이들 전문인력이 생산하는 정보에 근거해 대출 의사를 결정해야 대출상품의 불완전판매를 막을 수 있다.

금융이 사람 장사이면서 정보 장사라는 것은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을 많이 확보해야만 성립된다. 금융회사는 이들 전문인력이 생산하는 현금흐름 정보를 이용해 대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융회사는 또 대출고객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를 고객에게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금융회사간 경쟁 논리로 소득증빙서류를 요구하지 않은 관행은 하루 빨리 시정돼야 한다.

건강지킴이 역할을 잘 하는 의사가 환자로부터 존경받듯이 재무지킴이 역할을 잘하는 금융인이 금융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는다. 기업과 가계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의사를 결정할 때 스스로 금융인을 찾아와서 투자 조언을 구할 만큼 실력과 신뢰를 키우는 것이 금융인의 당면 과제다.

금융소비자의 투자안에 대해 금융인이 금융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투자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기업과 가계가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커진다. 금융회사가 대출고객의 원리금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을 승인하는 책임 있는 대출관행이 정착되면 금융자산이 효율적으로 배분돼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창출된다.

기업과 가계의 투자 의사 결정에 금융인이 전문적인 조언자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실물 부문의 생산성 증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금융보국’이다. 금융보국의 전제인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를 획기적으로 많이 양성하고, 이들이 전문가로서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지배구조가 개편돼야 한다.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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