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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훈계’가 겁난다...청소년 비행 외면하는 한국 사회
[헤럴드경제=사건팀]# 평소보다 일찍 귀가한 40대 가장 B 씨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주거지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교복차림의 남녀학생 여럿이 아파트 단지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에 B 씨는 “학생들, 여기서 그런 짓 하면 못써”라고 타일렀다. 그런데 한 남학생이 대뜸 “XX나 웃기네. 아저씨 할일이나 하셔”하며 쏘아봤다. 화가 치민 B 씨는 혼쭐을 내줘야겠다 싶어 다가가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뜯어 말렸다. “이러다 해꼬지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하는 아내 말에 B 씨는 고개를 떨구며 자리를 피했다.

최근 수원에서 한 가장이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청소년에게 훈계를 하다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청소년에 대한 훈계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훈계도 중 폭행당할 수 있는 상황을 과연 누가 자초하겠느냐는 자조가 섞여나온다. 실제로 훈계하던 성인에 대한 청소년들의 폭행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수원시에서는 고교생들에게 담배를 피운다고 나무라던 A(61) 씨가 “왜 참견하냐”며 반항하던 B(17)군과 서로 주먹질을 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에 있는 31곳의 일선 경찰서 이와 비슷한 사고가 하루 2건이상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에 일반적인 도덕적 잣대에 따라 청소년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누구든 따끔하게 충고해왔던 ‘예의지국’ 한국 어른들의 모습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했다. 불량 청소년을 훈계하고, 혼쭐을 내주는 멋진 어른의 모습은 그저 영화속에서나 기대해 볼 상황이라는 것.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를 치유해야 한다”며 시류를 근심했다. 그는 “요즘은 남의 일에 일절 관여를 안 한다. 자신이 피해를 받을까 봐 모른체 한다. 청소년들 입장에서도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내 마음, 내 자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청소년들은 특히 타인과 더불어 살며 서로 배려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특히 ‘왜 어른 말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반항과 불복이 훨씬 커지고 있어 청소년기 이전 유아기 때부터 연장자에 대한 예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한편 청소년 비행에 대해 경찰도 속수무책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들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성인이 폭행을 당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훈계과정에 폭력이 수반돼서는 안된다”면서 “둘다 처벌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경찰 입장에서 담배피는 것을 제지하거나 처벌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 기껏해야 학교에 통보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민주통합당 법사위원인 서영교 의원은 “청소년들이 어른 수준의 법을 받도록 가중처벌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사회이슈화해서 이런 범죄를 예방하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

사건팀/th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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