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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 서른셋 송대남의 ‘금빛 해피엔딩’

81㎏급 간판스타 올림픽행 매번 좌절
2010년엔 무릎수술로 또한번 고비
작년 체급변경으로 마지막 승부수
남자 유도 90㎏급 금메달 쾌거



‘한국 올림픽 유도 종목 사상 최고령 금메달.’ 서른셋의 노장 송대남(33ㆍ남양주시청)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올림픽 출전의 감격을 감격으로 끝내지 않았다. 송대남은 2일(한국시간) 영국 엑셀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 유도 90㎏급 결승에서 아슬레이 곤살레스(22ㆍ쿠바)를 맞아 연장 승부 끝에 절반승을 거두며 자신의 올림픽 데뷔 무대를 금빛으로 장식했다. 1일 남자 81㎏급 김재범에 이은 대회 두 번째 유도 금메달이다. 한국 남자 유도가 올림픽에서 두 개 이상의 금메달을 챙긴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뒤늦은 영광 아래 차곡차곡 쌓인 시간을 이야기하려면 송대남은 슬픈 얼굴로 돌아가야 한다. 81㎏급 최고의 선수였던 송대남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권영우에게,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김재범(27ㆍ한국마사회)에게 밀려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절치부심 끝에 송대남은 2009년 파리 그랜드슬램 국제대회 81㎏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이듬해 무릎 수술로 다시 한 번 고비를 맞았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순간은 언제고 기어이 다가오고야 마는 것인데 ‘포기하는 순간 경기는 끝난다’는 말은 얼마나 찬란하고도 무력한가.
 

그러나 송대남은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가 뽑아든 마지막 승부수는 체급 변경이었다. 송대남은 지난해 3월 90㎏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무릎 부상으로 쉬는 동안 불은 몸과 같은 체급의 김재범이라는 벽을 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양쪽 무릎에 인공 인대를 이식한 송대남은 수술 일주일 만에 걸음을 내디뎠고, 한 달 만에 재활을 모두 끝냈다. 송대남은 체급을 올리기 위해 점심식사로 스테이크 13장을 먹었다고 고백했다.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그는 부모님 앞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날은 어버이날이었다. 그야말로 배 터지게 먹고 또 먹으며 어린 후배들 틈바구니에서 땀을 쏟아냈을 우악스러운 일상을 상상하면 눈물겹다.

선수로서 황혼의 나이에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송대남은 한풀이하듯 주특기인 업어치기로 상대 선수들을 파죽지세로 꺾어 나갔다. 8강에서 만난 난적 세계 1위 니시야마 마사시(일본)도, 준결승에서 만난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티아고 카밀로(브라질)도 송대남의 업어치기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결승전 상대 곤살레스는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송대남의 공격에 당황해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다 지도를 받기도 했다. 송대남은 연장전 시작과 동시에 곤살레스에게 업어치기 기술을 시도하는 척하면서 안뒤축걸기 기술을 시도해 허를 찔렀다. 시도는 성공했다. 경기는 마무리됐다.

경기 후 송대남은 정훈 감독을 얼싸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큰절을 올렸다. 정 감독은 맞절로 화답했다. 정 감독의 맞절은 승패에 집중하는 시선 때문에 빚진 것 없이 채무자의 감정을 느껴왔을 송대남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표시로 보였다.

<정진영 기자>
/123@heraldcorp.com    <런던=올림픽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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