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서 롱퍼터 사용자들 호성적 ‘디오픈’ 1 · 2위도 모두 롱퍼터…반대론자들 “부당한 이익” 반발 R&A · USGA “수개월내 결론”
공정성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롱퍼터 열풍’이 결국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전 세계 골프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롱퍼터’ 규제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이 24일 일제히 전했다. 피터 도슨 R&A 사무총장은 “롱퍼터 사용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수개월 내로 규제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어니엘스는 배꼽 부분까지 오는 벨리 퍼터를 사용했다. |
롱퍼터 논란의 핵심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R&A와 USGA가 규정한 골프규칙에 따르면 18인치(45.72㎝)보다 짧은 퍼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은 있지만, 이보다 긴 퍼터에는 제한이 없다. 이것이 롱퍼터 탄생을 가능케 했고, 골프계가 시끌시끌해진 원인이 됐다.
롱퍼터는 그립 끝으로 몸에 밀착해 고정시킨 뒤 시계추 원리로 스트로크를 하기 때문에 일반 퍼터보다 볼의 직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샤프트 길이가 33∼35인치인 일반 퍼터에 비해 훨씬 긴 샤프트를 장착한 롱퍼터는 브룸스틱 퍼터와 벨리 퍼터로 나뉜다. 벨리 퍼터는 배꼽 부분까지 오는 길이이며, 브룸스틱 퍼터는 턱 밑까지 오는 길이의 퍼터다.
이번 R&A는 이번 디 오픈 출전선수 156명 중 27명이 브룸스틱 퍼터를, 16명이 벨리 퍼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선수의 4분의 1이 롱퍼터를 사용할 만큼 최근 롱퍼터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 우승자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올 US오픈 우승자 웹 심슨(미국) 등 젊은 선수들이 롱퍼터를 사용하며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선수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롱퍼터의 확산을 불러왔다. 클럽선택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필 미켈슨도 롱퍼터로 바꿔보려고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R&A의 규제검토 발표에 따라 롱퍼터 사용자들은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반면, 롱퍼터 반대론자들은 힘을 얻게 됐다.
반대론자들은 안그래도 볼이나 클럽 등 장비의 발전으로 선수 간의 변별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부당한 이익을 볼 수 있는 롱퍼터는 퇴출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과연 롱퍼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