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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와 파리, 종은 다르지만 진화 방식은 같아
[헤럴드생생뉴스]진화는 과연 예측 가능한 것인가, 우연한 사건들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인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독일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해답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사이언스 데일리는 24일(현지시각) 코넬대학과 함부르크 대학 연구진이 최근 ‘카데놀라이드’라는 강력한 독을 가진 식물을 섭취하는 딱정벌레와 나비ㆍ나방, 파리, 노린재 등 4개 목(目)에 속하는 곤충 18종을 조사한 결과 모두 한 가지 방식으로 적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카데놀라이드는 금관화와 지황 등에 들어있는 유독 성분으로 지구 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동물 세포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나트륨펌프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치명적인 효과가 있다.

특히 나트륨펌프는 필수 효소가 세포막을 드나들며 나트륨과 칼륨을 운반할 때 작동하는데 카데놀라이드는 효소와 결합해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세포가 기능을 멈춰 심각한 손상을 초래한다.

연구진은 곤충 18종을 조사, 관찰한 결과 이들이 카데놀라이드에 저항하는 과정에서유전자 내에 동일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미 앞서 모나크 나비와 잎벌레의 한 종의 경우 나트륨ㆍ칼륨펌프(Na,K-ATPase) 유전자의 특정 돌연변이 N122H에 의해 카데놀라이드 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밝혀진 바 있는 사실. N122H 돌연변이는 카데놀라이드와 나트륨펌프 효소의 결합을 줄인다.

연구진은 여기서 실마리를 얻어 나머지 네 가지 목 곤충들의 나트륨펌프 유전자의 분자적 변화를 관찰했다. 그리고 이들 곤충 모두 N122H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사실과 더불어 19종 가운데 11종에서는 같은 유전자에 두번째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는 놀라운 정도의 진화 반복이자 독성에 대한 내성 진화가 극소수의 효과적 선택을 통해 일어남을 시사한다”고 촌평했다.

특히 연구진은 유전자 변화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배양중인 세포에 나트륨펌프 한 개씩을 첨가하고 카데놀라이드를 주입했다. 그러자 돌연변이가 세포에 독성 저항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고 돌연변이를 두 번 일으킨 경우에는 저항력이 두 배로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나트륨펌프의 표준 유전자는 모든 곤충에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었고, 심지어 포유류도 비교적 수정되지 않은 형태의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이는 곧 나트륨펌프가 수억년 전 공동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대부분의 동물 기능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진은 “만일 진화라는 녹화 테이프를 거꾸로 돌린다면 결과가 같게 나올까?”라는 생물학자 스티븐 J. 굴드의 질문을 언급하며 “테이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지만 최소한 수백만년간의 진화적 분기를 되돌아 보고 분자 수준에서조차 엄청난 반복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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