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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고신영달’(고졸신화+영업의 달인) 후배 키우겠다”
-영업ㆍ관리직 신입 채용 때 4년제 대졸 이상인 응시자격 제한 철폐

-여성 영업사원 늘리고 영어성적 안보기로

-회사생활에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지혜’ 강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기골이 장대한 거구의 모습과 달리 일성(一聲)은 수줍었다. “제가 거래처 사장님들과 술만 마시다보니 정신이 몽롱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말주변이 없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를 메워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장인수(57) 오비맥주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취임 한 달여만에 이렇게 언론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주류업계에 33년간 몸담으면서 고졸학력으로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라 ‘고졸신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인물이다.

그는 이날 자신과 같은 ‘고신영달(고졸신화ㆍ영업의 달인)’을 계속 키워나갈 인사정책을 밝혔다.

장 사장은 “앞으로 영업ㆍ관리직 신입사원 공채를 할 때 ‘4년제 대졸 이상’으로 돼 있는 현행 응시자격 제한을 없애겠다”고 했다. 아울러 주류회사 특성상 여성 영업사원의 채용도 늘리고 채용심사 과정에서 학력은 물론 영어성적도 따지지 않겠다고도 했다.

장인수 사장은 “입사 지원자들에게 채용심사 과정에서 학력ㆍ영어성적을 요구하면 고졸 출신은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회사 생활에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 실력만을 기준으로 인재를 발굴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개월간 영업인턴 프로그램을 거쳐 여성을 영업사원으로 채용했더니 긍정적 효과가 많았다”며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영업에 꾸준히 접목하겠다”고 했다.

자리에 배석한 한 임원은 “이번 결정은 모두 장 사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며 “1~100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앞을 내다보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장 사장은 CEO이지만, 영업 현장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본인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영업총괄 부사장 자리를 당분간 겸직해 ‘발로 뛰는’ 바닥영업을 하겠다는 것.

오비맥주는 지난해 국내 맥주시장에서 15년만에 경쟁사를 제치고 시장점유율(4월말 현재 54.31%) 1위에 올랐다. 장 사장은 이와 관련, “점유율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단순 수치일 뿐”이라며 “1등이라는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2등 정신’으로 더 낮고 겸손하게, 더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왼쪽 가슴에 ‘카스(Cass)’ 로고가 박힌 셔츠를 입은 그에게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고 하자 “아주 좋다”며 “하나 드릴 수 있다”고 받아치는 등 이날 참석한 30여명의 기자들과 모두 한 잔 이상 술잔을 기울였다. 한창 영업을 뛸 때 오전 11시~다음날 새벽 2시까지 소주와 보드카를 마시며 거래선을 뚫던 뚝심의 일단이었다.

그는 “자신의 취임 축하 의미로 외부에서 도착한 화환이 350개였다”면서 “사내 임직원들에게 1~2만원씩 받고 팔아 모은 돈은 좋은 일에 쓰도록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CEO로서의 희망사항은 휴일이 지나면 빨리 출근하고 싶어하는 ‘신바람 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는 장 사장은 간담회 말미에 기자들과 일일이 포옹했다. 그는 “명함을 주고 받는 이유는 연락을 하라는 의미”라며 “다음에 소주 한 잔 하자”고 말해 ‘영달’의 면목을 보였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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