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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수·전지현 투쇼트…다시 보기 어려울걸요?”
‘타짜’ 최동훈 감독과 두번째 랑데뷰…영화 ‘도둑들’ 김혜수
‘사랑이냐, 다이아몬드냐’
화려한 캐릭터와 폭포같은 대사
그 속에서 한 여인의 내면을 응시하는 일…
그것은 외로운 작업이기도 했다


“ ‘김혜수’라는 배우는 저에게 처음부터 톱스타였죠. 이번 영화(도둑들)로 처음 만나봤더니 괜히 김혜수인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그 이상인 배우가 또 누가 있겠어요. 여자 김혜수, 스타 김혜수가 변치 않고 선배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배우가 빠지는 함정이 자신에게 갇히는 것인데, 혜수언니는 달라요. 여배우로서뿐 아니라 제3자의 관찰자적 시선을 잃지 않고 넓은 시야로 객관적인 평가를 해요. 그런 포스를 내는 여배우는 없죠.”

후배 전지현(29)의 말이다.

따로 만난 김혜수(42)도 인터뷰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해 후배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과 조언을 해줬다. 서로 대면하고 나눈 말은 아니라 했다.

“누가 더 예쁘냐, 누가 더 몸매가 좋냐고 하는데 다른 이도 아니고 전지현인데 누구와 비교를 하겠어요. 아름답고 빼어난 외모를 가진 연예인은 언제든지 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전지현은 그것말고 어떤 특별함이 있죠. 우리가 알고 있는 전지현이 과연 실체와 얼마나 가까울까, 대중은 그걸 알고 싶은 거죠. 그런데 전지현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특별한 여배우를 다룰 수 있는 매체도, 감독도, 루트(길)도 부족했어요. 이번 작품은 전지현이 선택한 최동훈(감독), 최동훈이 선택한 전지현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어요. 김혜수와 전지현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각각의 세대를 대표하는 두 여배우를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뜻깊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마도 앞으로 김혜수와 전지현을 투 쇼트(2인 장면)로 한 프레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나오기 어려울 걸요.”

김혜수는 “특별한 스타가 나오기도 힘들 뿐더러 그가 확장되고 더 큰 별로 자리매김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누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며 “그 현장과 과정을 목격하고 같이 있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전지현의 성취를 치하했다.

영화 ‘도둑들’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한 호텔에서 김혜수를 만났다. 김혜수는 극중에서 금고털이 전문 여도둑 ‘펩시’ 역을 맡아 마카노 카지노의 고가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한ㆍ중 연합조직의 일원이 된다. 절도작전을 총지휘하고 설계하는 마카오 박(김윤석 분), 와이어 설치 전문 도둑인 뽀빠이(이정재 분)와 묘한 기류와 비밀의 과거에 휩싸여 ‘사랑이냐, 다이아몬드냐’를 선택해야 한다. 섹시하고 당찬 모습과 마음 속 갈등이 복합된 인물.

김혜수는 “펩시를 표현하기 위해선 현란한 기교보다는 인물의 내면에 집중해야 했다”며 “화려한 캐릭터와 그들의 폭포같은 대사 속에서 한 여인의 마음을 응시하는 일은 외로운 작업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언행과 패션에서의 거침없고 당당한 스타로서의 면모와 달리 사려깊고 신중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배우의 모습은 김혜수가 가진 또 하나의 얼굴이다. 

언행과 패션에서의 거침없고 당당한 스타로서의 면모와 달리 사려깊고 신중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배우의 모습은 김혜수가 가진 또 하나의 얼굴이다.

최 감독의 작품으로는 ‘타짜’에서 정마담 역으로 큰 갈채를 받았지만 “당시에도 캐릭터에 대해 내가 가진 ‘소스(바탕)’가 너무 적어 내 스스로 표현하기 역부족이라는 고민을 하다 막판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최 감독과는 두 번째 만남이지만 이번에도 그랬다. 최 감독의 시나리오는 더욱 풍성해지고 깊어졌고 넓어졌으며, 펩시라는 인물도 말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지만 “극중 가장 중요한 정서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 치의 오차없이 내가 버텨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이 앞섰다고 했다.

첫 출연 제안에 정중히 ‘노(no)’를 했고, 최 감독은 “믿었던 연인에게 어느날 갑자기 이별통보 받은 느낌”이라는 말을 남기고 촬영 준비를 위해 대책도 없이 홍콩으로 출장을 떠났다.

마음이 영 개운치 않던 김혜수는 “이면지로 활용하기 위해 쌓아둔 (거절한) 시나리오 더미 속에서 다시 ‘도둑들’ 대본을 집어 읽었다”며 “밤새 고민한 끝에 ‘펩시를 하겠다’고 새벽에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나이가 들수록 책을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다. 지금 잡은 책만 ‘생각의 탄생’에서 ‘연쇄살인범 파일’에 걸쳐 있을 정도로 폭넓다.

김혜수는 “책은 너무 가진 게 없어, 스스로 너무 비어 있다고 생각해 들기 시작했다”며 “연기를 잘 하려면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내게 책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렇게 사고 읽고 한 책이 서재와 창고뿐 아니라 따로 컨테이너 하나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문득 전화를 걸어 이창동 감독에게 ‘좋은 책’을 묻기도 하고, 최 감독에게 ‘재미있는 책’을 추천받기도 한다. 그리고 김혜수는 한 마디 덧붙였다.

“내 인생에서 최우선은, 연인이든 친구든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사람이었다. 본능적으로.”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
/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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