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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더 대디’ 김종석
개그맨·MC·강사·카운셀러·교수·유치원CEO 그리고 ‘뚝딱이 아빠’…명함이 7개인 남자
뽀뽀뽀를 시작으로 맺은 아이들과 인연
박사학위 가진 유아교육과 교수님으로
월드컵 등 각종 빅이벤트선 단골 사회자
연간 행사 700개 중 대부분은 강연
30년 노하우로 대형유치원 운영까지…

“내가 가족들과 방송하지 않는 이유?
나는 모든 아이들의 ‘뚝딱이 아빠’
결손가정 아이들에겐 ‘또다른 아빠’
그런데 내가 내 자녀들과 방송에 나온다면…
상처받는 아이들이 생길테니까”



본인 이름보다 ‘뚝딱이아빠’로 더 잘 통하는 전 개그맨 김종석 씨.

그의 이름 앞에 붙일 직업이 마땅찮다. 하도 많아서. 그는 MC에 명강사이고 카운셀러이면서 교수인데 게다가 유치원 이사장이다. 남은 하나도 힘든 일을 두루 톱클래스로 해내는 이 궁금한 인물을 만나러 갈 때 문득 카페라떼가 생각났다. 우유맛 커피. 커피우유와 별로 다를 게 없는.

하지만 지난 19일 그가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만나 얘길 나누면서 알았다. 그는 에스프레소였다.그것도 투샷 이상의…. 짐작하겠지만 그 느낌은 꽤 괜찮다. 쓰다는 것 이상의 묵직하고 얼얼한 맛은 오래 남았다. 요즘은 그런 걸 내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의 다양한 직업군을 관통하는 일관된 코드는 ‘아이’와 ‘웃음’이다. 이 두 가지 코드를 창조적인 열정과 전문적인 노력으로 버무린다. 거기서 그가 말하는 ‘독특한 콘텐츠’가 나온다. 줄줄이 이어지는 성공사례의 비결이다. 물론 철저한 자기관리는 기본이다. 그걸 풀어보는 재미는 여느 성공한 CEO를 만난 것 이상으로 쏠쏠하다.

법관이 되고자 했던 소년 김종석은 온몸의 털을 다 밀고 절간 수행까지 해봤지만 ‘이게 아니네’ 싶어진다. 그후 헤어디자이너와 딴따라(방송인)를 놓고 저울질하다 늦깎이로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한다.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대학 3학년 때 MBC 개그맨 공채 3기로 방송을 탄다. 동기 중에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가 김혜영 씨다. 돈도 제대로 벌어봤지만 주식으로 다 날리고 뭔가 평생 할 일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꽤 한 시점이었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면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EBS 딩동댕유치원의 ‘뚝딱이아빠’는 1992년 그렇게 시작됐다. 그 전에 ‘뽀뽀뽀’를 8년이나 했으니 30년을 아이들과 산 셈이다. 장수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꼬마 도깨비 ‘뚝딱이’가 하는 것처럼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니다. 뿔 달린 모자와 부엉이 안경을 쓴 뚝딱이아빠도 마찬가지다.

“어린이 프로그램만을 위한 전문PD와 작가, MC가 필요하고 그들의 눈높이를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반영됐어요”

그는 프로그램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집어넣는 제작자의 한 사람이고자 했다. 물론 PD가 있으니 역할의 한계를 넘지 않는 선까지다.

보통 공중파 TV에 별로 얼굴을 비치지 않으면 인기가 별로 없는 줄 안다. 하지만 바빠서 TV에 못나가는 사람들도 많다.‘ 뚝딱이 아빠’ 김종석씨가 그렇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찾는 명품 강사이며 대학 교수인데 대형 유치원의 성공적인 운영자다. 그가 사는 법은 듣기에 재미있지만 따라하기엔 너무 벅찬 스토리들이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빅이벤트 단골 MC다. 한일월드컵,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부산아시안게임, 대구육상선수권 등 큰 행사 개폐회식은 모두 그가 사회를 맡았다. 각계각층의 사람들 수만명, 그것도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말 잘한다고, 웃긴다고, 목소리 크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아이 한 사람을 앞에 놓고도, 외국인 수백명을 놓고도 공연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죠.”

아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도 그는 마이크를 들고 서 있을 것이다. 그 밖엔 할 사람이 없으니까. 대안이 없으니까.

그는 교수(서정대 유아교육학)다. 직업적 경험을 가르치는 겸임교수가 아니다. 박사학위(성균관대 유아교육학)를 가진 부교수다. 지난해에는 최우수 교수로 선정되어 부상으로 중형차를 받았다. 임용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쯤되면 가르치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을 듯 싶어진다.

“지각, 결석 안 하고 학교 행사에 늘 참여해서 그렇겠죠.”

그 정도일 리 없다. 그건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이다.

“아이들과 대학생들 가르치는 데 차이가 없어요. 대상이 다를 뿐이죠.”

EBS ‘딩동댕유치원’의 30년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수업이니 학생들이 좋아한다는 얘기다.

그는 명품 강사다. 연간 행사가 700여개는 되는데 그 중 상당수는 강연이다. 책을 6권이나 낸 저술가이고, 대학이나 단체의 CEO 과정을 무려 25개나 섭렵했으니 명강사가 아니면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 유머와 창의성, 자녀교육, 웃음과 웰빙 그의 콘텐츠는 무궁무진하다. 대그룹 임원과 청와대 경호원, 영월군의 공무원까지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간다.

그는 유치원 이사장이다. 30년에 걸쳐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를 실제로 펼치는 마당이다. 은평구 진관동의 숲유치원은 좀 큰 게 아니라 무척 크다. 선생님이 30명을 넘는다. 웬만한 재력으로는 엄두 내기 힘든 규모다. 사업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인터뷰 도중 느닷없이 그가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마저 끝내고 가자니 먹으며 하자고 손을 이끈다. 이유는 곧 알게 됐다.

“하루 세 번 정량을 정시에 먹어요. 대신 간식은 안 하고요. 12시10분 정도엔 꼭 점심을 먹어야 해요.”

밥먹는 시간이 그렇게 중요할까 싶은데 그가 답을 알려준다.

“전에는 과자나 빵 등 인스턴트 식품을 달고 살았어요. 식사는 불규칙했고요. 근데 ‘뚝딱이아빠’가 되니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하면 안되죠. 덕분에 20년 넘게 69㎏이에요.”

직업정신인 셈이다. 자기관리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세븐일레븐’이라고 부른다.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신문 7개를 읽고 저녁 11시까지 일하고 공부해서 생긴 별명이다. 9년이나 걸려 박사학위를 딴 건 어쩌면 작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나이와 가족관계를 밝히기 싫어한다. 가족방송 제의가 좀 많이 들어왔을 리 없다. 뚝딱이 할아버지가 되는 게 싫어서만은 아니다.

“저는 모든 아이들의 ‘뚝딱이아빠’예요. 결손가정이나 나쁜 아빠를 둔 아이들에겐 제가 ‘아더대디(Other Daddy)’죠. 그런데 자녀들과 다른 방송프로그램에 나오면 분명 상처받는 아이들도 생기거든요.”

그의 직업정신엔 철학이 담겨 있다.

권용국 부국장 겸 선임기자/kw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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